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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을 느낄 때

소중한 것을 잃었다

by belong 빌롱

누군가로부터 연락이 두절될 때가 있을까.

카톡도 차단되거나 없어질 때.. 전화도 문자도 안될 때..

누군가에게 심각한 손상을 입혔을 때다.

아무 이유없이 갑자기 연락을 끊는 사람은 없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 사람 없어도 잘 산다. 어차피 맨날 봤던 사람도 아닌데 뭐. 라고 하지만 돌이켜 보면 분명 상대가 자신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었을 때가 반드시 있다. 힘들 때 위로해 준 적도 있고, 답답하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말동무가 되어 준적도 있었을 거다.

한없이 친절하고 착하기만 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다면 반드시 자신을 돌아 보아야 한다.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 대신 일에 관해서 서운한 점만 얘기했던 적은 없는지..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랜 기간동안 쌓여왔던 상처가 폭발한 것이다. 더는 안되겠다.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생각이 들때 관계를 미련없이 정리한다. 그렇게 확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착한 사람일 경우가 많다.

이미 상대가 바라는 데로 모든 걸 다 퍼준 것이다 그래서 미련없이 끊을 수 있는 사람은 갑이다.

만약 상대가 끊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냥 인간쓰레기다.

평소 자신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별 반응 안하고 꾹 참은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친해서 말할 수 있다는 듯이 계속 떠들어 댄다.

제3자를 욕하면서 자기도 싫으니 상대도 싫어지게 만들려고 "개가 너 엄청 욕했어.." 라며 이간질 시키는 행위. 그런 천박한 사람과의 관계는 끊는 게 바람직하다.


지호는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우고 이제라도 적성에 맞는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오래토록 시인이 되고 싶어 이제 시에 전념하고파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겨우 시집을 한권..두권..낼 때마다 친구 우성이는 10권이고 20권이고 사주며 축하파티해주고 집이 없다며 자기 집에 지호를 위해 침대까지 들여 놔주며 지냈다.

지호는 이제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입이 되어 독립 했다.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계산하려던 찰나, 반씩 내자고 제안하니 시인 지호는 테이블을 쾅 치며 "내가 자존심도 없는 줄 아냐?"하며 박차고 나가버렸다.

우성은 내가 이번에 사면 지호가 다음에 사야하니 돈도 없는데 반씩 내자는 거였다.

그런데 지호는 자기 사정을 아는 친구가 당연히 사줄 거라고 생각 했나보다.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여태까지 신세를 졌으면 보답을 해야할 거고 그것도 못한다면 자기 사정을 얘기하며 술자리를 갖지 말든지 술자리 전에 주머니 사정을 얘기하며 집에서 맥주 한잔 하든지 하자고 했어야 맞는 거다.

친구가 무슨 잘못이 있길래 계속 자기 사정을 봐주며 희생 해야 하는가.

그래서 바로 끊고 깨끗히 손절했다.



싱글인 윤정 혼자만 평생토록 사적인 얘기하고 유부녀 친구 혜정이는 자신에 대한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

어디 여행가서 혜정이가 사진 보내달라고 하면 즉각 찍어서 보내주곤 했는데 혜정이 가족여행 갔을 때 사진 보내달라고 하면 나중에 보내준다고 하며 미루곤 했다.


혜정은 자기 남편 키 작고 못생긴 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닮을 까봐 걱정된다 거기다 능력도 별로 없고 등 걱정하며 하소연 하길래 혜정을 치켜 세워 주려고 "그래도 너희 남편 능력 있잖아. 어디어디 Y대 나와서 좋겠다." 하며 일부러 말했는데 그날 이후 혜정이는 윤정이가 자기를 부러워 하는 줄 알고 낮추어 보기 시작했다.

학벌이 낮지만 외모가 예쁜 윤정에게 "외모 하나 가지고는 안돼. 학벌이 되야 남자들이 좋아하지. 학벌이 된 다음에 외모가 되면 더 좋은 거고. 둘다 똑같이 학벌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다음으로 외모가 좋은 쪽을 선택하는 거지. 외모는 그것 뿐. 아무것도 아닌 게 외모야."

자기 좋으라고 한 말을 오히려 왜곡하며 받아 들여 혜정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

어디어디 Y대 그런 곳은 윤정 리스트에도 없는 곳인데 오직 친구 혜정의 자존감을 올려 주려고 했던 말을 착각하며 받아 들인 것이다. 학벌은 낮아도 외모가 예쁜 윤정은 자존감이 높고 남자들이 학벌과 상관없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루는 혜정이 고민 있다고 만나자고 했다. 또래 누구랑 싸웠다고 욕을 해대며 요즘 개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윤정은 혜정을 위로해주려고 자기도 고민있다며 어디어디 다니는 남자랑 잘 안되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사실 윤정은 그 남자에게 별 관심이 없어 헤어지자고 진작부터 말했는데 그 남자가 윤정에게 난리법석 치며 만나자고 해서 할 수 없이 시간이 길어졌던 거였다.

그랬더니 혜정은 놀라며 그런 남자는 너 신경도 안 쓴다며 오히려 혜정을 불쌍히 여겼다. 그 후로 혜정은 윤정 앞에서 그 남자 얘기를 계속 꺼냈다. 윤정은 전혀 그 남자에 대해 신경도 안 쓰는 데 말이다.


혜정은 윤정한테 "너가 나의 제일 친한 베프야. "했다. 그래서 윤정도 다른 사람들에게 혜정이 자신의 베프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다녔다.

그런데 혜정은 타인과 같이 있을 때는 "난 누구랑도 친하고 누구랑도 친하고.." 해서 실망감과 무안함이 동시에 밀려 왔다.

친구들은 머나먼 곳으로 진작에 이민가 살았다. 나중에 혜정 역시 멀리 이민 간다고 연락이 왔다. 그것도 하루 전날. 성의 없는 혜정에게 놀랐기는 했지만 예의상 "너 없이 어떻게 사냐" 했더니 하는 말이 "너도 이제 남편한테 의지하며 살아야지." 차갑게 말했다. 그래서 미련 없이 끊었다.

윤정 혼자 결혼하고 서울에서 살게 되었다. 10년이 지날 무렵 친구들에게 하나 둘 연락이 왔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며 핸드폰 연락처를 바꾼 윤정이었다.

윤정만 소식이 끊겼다며 연락이 안된다고 다들 궁금해 한다며 혜정도 메일로 연락 온 것이다.

오랜만에 다같이 모였는데 윤정 혼자만 소식이 없으니 다들 무척 궁금해 한다며 이제와서 또 베프..베프..하며 우리가 어떤 친구인데.. 했다.

다른 친구들이 궁금해하고 찾으니 이제와서 찾으려고 한 것이다.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찾고 헤맸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10년 동안 내 마음속에는 항상 내가 있었어"라고 했다.

윤정의 안부가 궁금했으면 충분히 진작에 연락하고 지냈을 거다. 마음속에 항상 있었다는 말은 성의가 없는 말이라는 걸 알았지만 윤정은 내색 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자주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얼마후 윤정은 번호 바뀌었다고 알려주며 메세지 남겼더니 답이 안와 한번더 연락했다. 그제야 번호 한번더 알려달라며 답장이 왔다. 전 메세지를 보면 알수있는 것인데 또한번 실망했다.

혜정 생일날은 윤정이 축하해주었는데 윤정 생일은 축하해주지 않았다.

얼마 후 윤정은 아들이 영재학교에 입학했다고 좋은 소식을 전했는데 읽씹하고 답장이 없어서 또 한번 실망하며 괘씸하다고 이번에는 메일까지 차단하며 손절했다.



사람은 절정에 다다랐을 순간과 마지막 순간이 전체 기억을 결정 짓는다.

우리의 기억은 영화처럼 흐르는 게 아닌 단편적인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누군가를 떠올릴 때도 그 모습이 강렬히 자리잡는다.

처음 만났을 때의 인상과 마지막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게 된다.

처음 보다 더 중요한 건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연인을 되돌아 보아도 그렇다. 처음 만났을 때와 마지막 순간이 기억에 있지만 더 강렬하게 남아 살아 숨쉬는 건 마지막 순간이다. 그 마지막 순간이 "그 사람은 이렇다." "그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고 뇌와 가슴에 박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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