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매너를 안 지키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당연한 게 당연한 게 아닌 사람들을 보면 의아하다. 나중에 오는 사람을 보면 문을 잠시 잡아주는 것,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다음 사람이 올땐 오락실 조이스틱처럼 두들기지 않는 것. 처음 보는 사람에겐 그 사람이 누구던, 어디서 만나던지 간에 존댓말을 하는 것. 열거하기 벅찰 정도로 상식적으로 지켜야 하는 매너는 많다. 난 킹스맨에 나오는 콜린 퍼스만큼의 신사는 아니지만, 가끔씩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는 사람들, 특히 재화를 지불하고서 서비스를 이용할 때 마주치는 비매너 인간들을 보면 콜린 퍼스의 지팡이를 들고서 총칼을 휘두르고 싶어 진다.
저녁 약속이 있어 카카오 택시를 불렀던 지난달 어느 날. 어플 지도 화면으로 열심히 달려오고 있는 동그란 아이콘. 차종은 EV6. 쾌적한 실내와 정숙성 있는 드라이브를 기대하는 사이 택시는 도착했다. 으레 그러듯 뒷좌석에 탑승하며 기사님께 인사를 건네는 순간, 폐부를 찌르는 쿰쿰한 냄새가 <기묘한 이야기>의 베크나처럼 날 집어삼켰다. 이게 무슨 냄새지. 냄새의 근원을 찾아내는 데는 셜록 홈스가 될 필요가 없었다. 기사님의 뒷머리는 떡 진채로 까치집이 지어져 있었다. 차가 막혀서 오는데 더 걸렸다며 너스레를 떠시더니 대뜸 출발 신호라도 되는 듯 트림을 시원하게 내뱉으셨다. 엔진 배기음이 없는 전기차라 기사님의 트림은 내 귓전에 청아하게 울려왔다.
11월의 저녁. 미세먼지가 낀 덕분에 추위는 다소 누그러진 날씨. 목적지에 다다르는 동안 어렸을 적 아빠 차에 탄 것처럼 차창을 내리고 얼굴을 반쯤 차창 턱이 걸친 채로 텁텁하지만 무색무취 바깥공기를 호흡했다.이 택시는 분명 메타버스 공간일 것이라 스스로 최면을 걸며 비현실적 세계에서 얼른 탈출하고 싶었다.
목적지를 200m 정도 남겨두고 신호가 걸린 틈을 타 기사님께 여기서 세워달라 한 뒤 황급히 택시에서 탈출했다. 그리고선 곧장 카카오 T 어플을 켜서 별점 1점을 남겼다. 리뷰라고는 음식점에서 음료수 서비스 줄 때만 남기지만 이날만큼은 특별히 기사님에 대한 소회를 길게 남겼다.
택시에서 내렸을 뿐인데 쇼생크 탈출이라도 한 것 같았다. 내 호흡기와 후각 기관의 완전한 해방을 누리며 떠오른 노래는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였다. 매너 없는 사람이 남기는 건 무엇일까. 적어도 사랑은 아닌 게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