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내 어디가 좋아?"
연애를 하다 보면 남자들에겐 불시검문의 순간이 찾아온다. 현명한 남자라면 과장되지 않고 담백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당연한 걸 뭘 물어봐. 다 좋지"
그녀의 검문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강력계 형사 못지않은 철두철미한 검문은 계속된다.
"그냥, 뭐, 다 좋아."
(퍽)
"뭐야 그게."
매번 겪는 검문이지만 쉽지 않다.
사랑이란 감정을 정의하는 일은 인류 역사 대대로 지어져 왔다. 철학자, 소설가, 역사가, 과학자 등 너나 할 것 없이 사랑에 대한 명언을 쏟아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우리도 각자만의 사랑이 있다.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형태로 사랑을 하며, 사랑을 정의한다. 나의 어디가 좋냐는 그녀의 질문은 상대방에게 사랑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과 같다. 나는 매번 아내의 질문에 시원찮은 답만 내놨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게 사랑은 사소함이라고.
나는 아내와 2년 3개월의 연애 끝에 결혼에 이렀다. 같은 공간에서 부부이자 가족으로 살게 된 건 어느덧 1년 반이 넘었다. 서로의 삶이 잇닿아진 결혼'생활'은 연애와는 다르다. 하루하루 같이 생활하는 날들이 더해질수록, 안대를 푼 것처럼 연애할 땐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코로나가 터진 후 승무원인 아내는 비행 나갈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아침에 출근할 때면 대개 아내는 곤히 잠들어 있다. 아내는 내 알람 소리에 잠시 뒤척이다 이내 다시 잠이 든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안방에서 나가기 전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을 치른다. 잠든 아내 곁 침대맡에 걸터앉아 포옹을 한다. 잠결에 그녀는 이불속에서 한 손을 꺼내 바람개비처럼 흔든다. 인사를 나누고 아내는 종종 누운 자세를 바꾼다. 이불을 허벅지에 반쯤 휘감고선 엎드린다. 엎드릴 땐 항상 두 발을 가지런히 포개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포갠 두 발을 살며시 비벼댄다. 숲에서 불어오는 미풍 소리가 얼핏 들린다.
사랑의 감정이 아내의 발바닥에 닻을 내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모래에 내려진 닻은 부드럽게 땅속으로 스며들듯 자릴 잡아간다. 아내의 발바닥의 자잘한 움직임 속에 무한한 의미를 발견해가는 스스로에게 움찔하기도 한다. 매일 아침 출근 전 아내를 바라보는 의식에서 깨닫는다. 사랑은 사소함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어디가 좋냐는 그녀의 질문에 이제는 답할 수 있다. "네 발바닥이 좋아."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