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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Feb 05. 2022

독서하는 부부의 세계

"성진 씨는 취미가 무엇이세요?"

"독서입니다."

멋쩍지 않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독서는 이제는 내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다독하는 분들에게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취미'의 단계엔 올라왔다. 재작년부터 노션에 독서 일지를 만들어 기록하고 있는데 추려보니 2년간 106권을 읽었다. 어찌어찌 1주에 1권 정도는 읽은 셈이다.

노션에 정리해둔 독서 일지

독서의 효용은 두말하기 입 아플 정도로 누구나 알고 있다.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주옥같은 카피를 남긴 위 건강식품 CF처럼, 독서는 우리에게 참 좋다. 유용한 지식의 습득, 지적 사유, 여러 분야의 현인들이 남긴 메시지 체화, 사고력의 고양 등 독서는 삶의 질을 배가시켜준다. 독서는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행위지만, 결혼을 하고난 뒤 독서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겨났다. 우리 가족을 독서하는 가족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아이, 그 옆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나와 아내의 모습. 내가 상상해온 이상적인 가족의 이미지다. 


이 모습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거울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인간은 모방하는 동물이라 할 정도로 보면 따라 하게 되고, 그 행동이 자신의 사고에도 영향을 끼친다. 달리 말하면,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내는 나와 달리 독서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았었다. 몇 번씩 책을 읽어보라 권유했지만, 강권하지는 않았다. 서로의 취미와 휴식 방법이 다름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할까. 결혼 3년 차가 된 올해 들어서 아내는 내게 말했다. 이제 조금 책 읽는 재미를 알 것 같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드디어 됐다 싶었다. 마치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물을 주고, 햇빛을 쐬어줬는데 꽃이 피지 않던 나무에서 영롱한 꽃눈이 올라온 것 같았다. 올해 들어 들었던 말 중 가장 희열을 느낀 한마디였다.

시작이 반이랬던가.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됐으니 이제는 아내도 독서의 세계에 당당히 발을 들인 셈이다.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내는 사뭇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다. 부동산 경매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Coffee & books & wife

책은 내 삶을 고양시켜줬다. 책은 모자란 나를 키워주고 있다. 고맙게도 날 키워준 책들 덕분에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이 닿고 있다. 독서하는 부부의 세계에서 언젠가 태어날 아이 역시 자연스레 우리의 모습을 닮아가 내가 상상하고 꿈꾸던 독서하는 가족의 모습을 완성시켜줄 것 같다. 그 순간을 그리면서 나와 아내는 오늘도 책을 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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