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 씨는 취미가 무엇이세요?"
"독서입니다."
멋쩍지 않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독서는 이제는 내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다독하는 분들에게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취미'의 단계엔 올라왔다. 재작년부터 노션에 독서 일지를 만들어 기록하고 있는데 추려보니 2년간 106권을 읽었다. 어찌어찌 1주에 1권 정도는 읽은 셈이다.
독서의 효용은 두말하기 입 아플 정도로 누구나 알고 있다.
주옥같은 카피를 남긴 위 건강식품 CF처럼, 독서는 우리에게 참 좋다. 유용한 지식의 습득, 지적 사유, 여러 분야의 현인들이 남긴 메시지 체화, 사고력의 고양 등 독서는 삶의 질을 배가시켜준다. 독서는 기본적으로 나를 위한 행위지만, 결혼을 하고난 뒤 독서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겨났다. 우리 가족을 독서하는 가족으로 만들고 싶어졌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아이, 그 옆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나와 아내의 모습. 내가 상상해온 이상적인 가족의 이미지다.
이 모습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한다 생각했다. 사람에게는 거울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인간은 모방하는 동물이라 할 정도로 보면 따라 하게 되고, 그 행동이 자신의 사고에도 영향을 끼친다. 달리 말하면,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내는 나와 달리 독서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았었다. 몇 번씩 책을 읽어보라 권유했지만, 강권하지는 않았다. 서로의 취미와 휴식 방법이 다름을 존중해주고 싶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할까. 결혼 3년 차가 된 올해 들어서 아내는 내게 말했다. 이제 조금 책 읽는 재미를 알 것 같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드디어 됐다 싶었다. 마치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물을 주고, 햇빛을 쐬어줬는데 꽃이 피지 않던 나무에서 영롱한 꽃눈이 올라온 것 같았다. 올해 들어 들었던 말 중 가장 희열을 느낀 한마디였다.
시작이 반이랬던가.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됐으니 이제는 아내도 독서의 세계에 당당히 발을 들인 셈이다.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내는 사뭇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다. 부동산 경매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책은 내 삶을 고양시켜줬다. 책은 모자란 나를 키워주고 있다. 고맙게도 날 키워준 책들 덕분에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이 닿고 있다. 독서하는 부부의 세계에서 언젠가 태어날 아이 역시 자연스레 우리의 모습을 닮아가 내가 상상하고 꿈꾸던 독서하는 가족의 모습을 완성시켜줄 것 같다. 그 순간을 그리면서 나와 아내는 오늘도 책을 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