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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Mar 02. 2022

스트레스 거울


섬유근육통, 위염

둘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스트레스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만고의 진리처럼

거울에 비추어 보듯 내 스트레스 지수를

여과 없이 드러내 버리고 만다.


이 솔직한 질병은 정신의 나약함까지

콕 집어 나무라는 듯하여

일면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난치성 통증 질환인 '섬유근육통'을 앓은 지 12년이 넘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얻은 위염은 이미 만성화되어 위염과 식도염을 세트로 항상 달고 산다.


감사일기를 쓰고 마음 챙김도 하면서 내적 평온함을 유지하고 살아가자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건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곧 전신 통증과 여타 증상들이 악화되고

위는 심술 난 고집쟁이 아이처럼 운동을 거부한 채 무릎을 감싸 안고 웅크린 자세에 돌입한다.


꼭 누군가에게 받은 자극이 아니더라도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오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무의식이 자동반사 반응을 보이듯 스트레스로 받아들여 버린다.


사랑하는 이들이 우울해 보이면 '쓸데없는 근심이 건강을 해치고 불운을 끌어당긴다'며 나 자신에게 하려는 말을 잔소리처럼 해대면서 정작 나도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자극을 잘 내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섬유근육통도 위염도 나를 더 잘 돌보라고  경고하는 내 안의 자체 알람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아토피로 평생을 고생하는 가족이 있어

아토피도 유사한 지점이 있음을 안다.

섬유근육통이나 위염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에 아주 취약하고

의식주의 건강한 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결국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아토피 증상도 호전되거나 비교적 순하게 다스리며 지낼 수 있다.


이 감찰 상궁 같은 질병들은

살아가는 방식도 마음가짐도

철저하게 바람직한 상태로 유지하라며 경고하고

어길 시 호되게 야단치고 벌한다.


요즘 들어 꽤 오랜 기간 몸이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통증으로, 염증으로 그리고 브레인 포그로...


한국 장마철을 방불케 하는

올여름 시드니 날씨 때문인지...

내 안상처가 덧난 탓인지...

운동 부족인지

호르몬 탓인지...


여러가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또 나약한 정신을  드러내서 혼이 나고 있구나 싶어 자꾸 부끄러워진다.


아픈 원인을 가늠하다 종국에는 자책하고 마는 것이다. 자책은 좋지 않다.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어 증상을 악화시키고 악순환을 일으킨다.


원인이 무엇이든 그저 나의 상태를 인지하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다. 자책하거나 다그치지 말고 나를 끌어 안아 주자.  마음의 평온을 되찾으면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일 테니.


시드니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오늘도 비가 쏟아진다. 창밖이 비안개로 가득 차 구름 위에 있는 것 같다.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내 안의 나를 마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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