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에 선 나의 작은 나무를 바라보며......
“안녕, 아빠.
지금 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
마치 시 같다.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는 모습이 한 그루의 나무 같다.”
“사람들의 내일은 불투명하고, 나무들은 계획적이다.
정면으로 꽃을 피우지. 나무들은 사방이 정면이야, 아빠
아빠, 세상의 모든 말들이 실은 하나로 집결되는 눈부신 그 행진에 참가할 날이 내게도 올까”
“나는 가지런하게 서서
버스를 기다려야 해.
이국의 하늘, 아빠,
여기는 내 생의 어디쯤일까?
눈물이 나오려고 해.
버스가
영화 속 장면처럼 나를 데리러 왔어.
아빠는, 엄마는, 또 한 차례
또 한 계절의 창가에 꽃 피고 잎 피는 것에 놀라며
하루가 가겠네. 문득문득 딸인 나를 생각할지 몰라. 나는 알아.
엄마 아빠의 시간, 그리고 나의 시간,
오빠가 걸어 다니는 시간들. 나도 실은 그 속에 있어.
피츠버그에서는 버스가 나무의 물관 속을 지나다니는 물같이 느려.
피츠버그에 며칠 머문 시간들이
또, 그래.
구름처럼 지나가는 책이 되어.
한 장을 넘기면
한 장은 접히고
다른 이유가, 다른 이야기가 거기 있었지. “
“나는 뉴욕으로 갈 거야
뉴욕은 터득과 깨달음을 기다리는
막 배달된 책더미 같아
어디에 이르고 어디에 닿고, 그리고 절망하는 도시야
끝이면서 처음이고
처음이면서 끝 같아.
외면과 포기보다 불안과 긴장이 좋아.
선택이 싫어.
아빠, 나는 고민할 거야
불을 밝힌 책장 같은 빌딩들,
방황이 사랑이고, 혼돈이 정돈이라는 걸 나도 알아.
도시의 내장은 석유 냄새가 나.
그래도 나는 씩씩하게 살 거야.
난 어디서든 살 수 있어.
시계초침처럼 떨리는 외로움을 난 보았어.
멀고 먼 하늘의 무심한 얼굴을 보았거든.
비행기 트랩을 오를 거야.
그리고 뉴욕.
인생은 마치 시 같아. 난해한 것들이 정리되고
기껏 정리하고 나면 또 흐트러진다니까. 그렇지만 아빠,
어제의 꿈을 잃어버린 나무같이
바람을 싫어하지는 않을 거야. ”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마.
쓰러지는 것들도, 일어서는 것들처럼
다 균형이 있다는 것을 나도 알아가게 될 거야.”
“안녕, 피츠버그.
…
그리고 그리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