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by 김별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던 그녀는 문뜩 지금 보는 구름이 방금 전에 바라보던 모양과 다르다는 걸 알아챘다. 구름은 엎질러진 물이 옷자락에 스며들듯 서서히 흘러가고 있었다. 무심히 바라보면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오롯이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니 구름은 생각보다 빠르게 창문 스크린을 벗어나 사라져 버렸다. 고개를 돌려 탁 트인 베란다 쪽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가득 메운 뭉게구름 사이사이 푸르른 조각들이 보인다. 광활하게 펼쳐진 하늘 위에 떠있는 솜뭉치들은 움직이는 것 같지가 않았다. 다시 작은 창문을 바라보니 구름은 멀리 보이는 마천루를 스치며 초속 일 센티미터 정도의 속도로 여전히 이동 중이다.


그녀는 넋 놓고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어쩐지 아무런 감정 없이 지나가 버리는 구름들이 아쉽게 느껴져 최대한 오래 눈에 담으려고 애를 쓴다. 그러자 말 그대로 무심하던 구름들이 각기 다른 형상을 한채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을 담고 살아나는 게 느껴졌다. 이제 하얀 뭉게구름들은 바람에 실려 창틀 밖으로 사라져 버리는 솜뭉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영화 필름이 되어 그녀 삶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사소한 일상들을 보여주었다. 모양, 질감, 색감, 투명도 그 어느 것도 똑같은 게 없다. 그녀의 삶은 하늘의 구름을 닮아 있었다. 햇볕을 충분히 머금어 찬란하게 빛나는 가볍고 투명한 흰 구름이었다가 거대하게 부풀려지고 수많은 굴곡을 가진 연회색의 구름이기 되기도 했다. 모습이 어떠하든 구름은 아름다웠다. 단지 눈여겨보지 않으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고 어떤 아름다움을 품고 지나가는지 모른 채 영영 사라져 버릴 뿐이었다.


이미 지나간 구름의 끝자락이 자신의 지난 인생인 것 같아 조금 서글퍼지려던 그녀는 다시 베란다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끝이 보이지 않는 구름 떼가 평화롭게 대기하고 있었다. 곧 그녀의 작은 창문 스크린에 이르면 이내 흘러가 버릴 테지만 하얗고 푸르게 장식된 하늘은 아름답고 영원해 보였다. '하늘이 나의 영혼이라면 삶은 구름과 같지 않을까?' 그녀는 뜬금없는 생각이 피어올라 양쪽 눈썹을 찡긋 올렸다. 창가에 앉아 짧은 모닝커피 타임을 마친 그녀는 상념을 떨치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삐걱 의자를 빼고 일어나 그날의 일과를 시작했다. 텅 빈 의자를 마주 한 창밖의 구름은 여전히 초속 일 센티미터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