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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oved Sep 14. 2021

아프리카에 가져가면 안 되는 라면은?

정신 차려! 개념 챙겨!

"앞으로 팀이 올 때, 이 라면은 가져오지 마세요!"


팀의 점심식사를 준비하던 현지 한국인 스태프 H가 한 마디 툭 건넨다.


"네?"


준비를 도우러 부엌에 들어가던 나는 상황을 보고 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백번 천 번, 이 스태프의 말이 옳다.


이 라면의 이름은 무엇일까?

.

.

.

정답: 8X비빔면




생각은 참으로 단순했다.


에티오피아 = 여름 = 덥다 = 라면도 시원한 라면! = 비빔면


내가 간과한 중요한 팩트는,

아프리카 나라들은  부족 국가라는 것이었다.


국물 라면이면, 물은 내 뱃속으로라도 들어가지만...


1. 면을 끓이고 버리는 물: 이 물은 미끄덩거려서 설거지 물로도 사용할 수가 없다.

2. 면의 전분기를 없애고 식히기 위해 헹구는 물: 그냥 라면을 끓였다면 필요하지 않았을 과정.

3. 이 모든 과정은 아프리카 위생상 모두 생수를 사용한다.

4. 한두 개가 아니다. 자그마치 한 끼에 20개 넘게 끓이니 생수가 몇 병이야!


"라면 끓이는데, 생수를 이만큼이나 써야 하는 건 좀 아니잖아요~"

"이런 라면은 아프리카에는 가져오지 마세요"


(짜파게티 가져오지 않길 잘했..)


마음속으로 되뇌어본다.

너, 분명히 봉사지에서 잘 먹을 생각은 없었다고 하지 않았냐고?!


경험 없는 초짜 팀장의 단순한 선택은 아프리카에서 생수 사치를 부리는 극악한 무개념녀라는 결과를 낳았다.


콸콸콸 나오는 수돗물에 익숙한 나에게,

아프리카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서 와, 아프리카는 처음이지? 여긴 없는 것이 당연하고 익숙한 곳이야"


4번의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것.


아프리카는 없는 것이 많아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것들이 있어서 놀랍기도 한 그런 곳.




어쨌든, 비빔면은 꿀맛이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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