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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Jan 19. 2020

햇병아리 예비 간호조무사의 이야기

2.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습니다. 가장 큰 적은 제 내부 안에 있었습니다. 바로 자존심이었죠. 4년제 대학을 나왔던 제가 간호조무사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빠지게 느껴졌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20년전 간호 대학에 합격하고서도 선생님이 될거라며 다른 대학으로 진학했었던 과거가 있었던 나. 그런데 돌고 돌아 간호조무사라니... 인생은 정말 아이러니다 그런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타인과의 비교도 있었습니다. 바로 제 친언니가 대학병원 간호사거든요. 제 언니는 현재 24년차로 접어들었고 베테랑 선임 간호사입니다. 언니가 제가 고민하고 있을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세헤라자데 너 간호조무사 하지 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그리고 힘들어."

" 응 알았어" 

저는 눈치도 없고 재주도 없고 잽싸지도 못해서 여초 집단에 들어가서 당할 태움이라든지 여러가지 주사 놓는 법 , 환자와 보호자 응대 같은 것들이 여간 부담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언니는 좀 느리지만 일처리 하나는 완벽하게 하니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인물이 있었습니다. 친척 아가씨인데 제 동갑이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반도체 공장에서 몇년을 일한 후 돈을 모아 간호 대학에 진학해서 어엿한 간호사가 되었던 것이지요. 저는 또 비교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출발점은 제가 빨랐는데 결국은 이렇게 결과가 달라지는구나. 난 뭘 한거지? 정말 한심하다. 라는 식의 ....

타인과의 비교는 지옥문을 여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비교질을 했는지. 


별로 즐겁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고 그냥 고생만 뼈빠지게 하겠구나.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밀려들어와 저를 괴롭혔습니다. 간호사도 아니고 간호조무사...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간호조무사 카페에 가입을 해서 여러가지 글들을 검색해 보니 박봉에 사회적 인식도 안 좋다라는 식의 글들이 올라와 더욱 낙담했습니다.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알지만 작년 8월말 9월 초에는 정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내가 병원일을 잘 할 수 있을지 확신도 안 생기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수도 없고... 나이는 먹어가고...진퇴양난이었죠. 그러다가 제가 책도 읽고 강연도 들으러 다녔던 한 작가분이 계셨는데 그분께 고민이 있을 때마다 메일을 보냈었고 답장을 받은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께 메일을 보냈지요. 여차저차해서 너무나도 고민이 된다고.그러자 그분이 답장을 보내오시길.

" 세헤라자데님은 제가 보기에 내유외강인 분이세요. 작고 하찮은 일에도 감사하고 진정성 있게 일한다면 어떤 위치에 있어도 빛이 날 겁니다. 게다가 병원일은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일입니다. 사명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좋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왔네요."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도 저를 설득하셨습니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려라.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 넌 충분히 할 수 있다. "라고요.


자...이제 선택이 남았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저에게는 현실적인 면도 중요했고 제 내면적인 설득도 필요했습니다.간호조무사는 취업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 39세였던 제 나이에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강사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나이가 들수록 한계를 느낄 수 밖엔 없었거든요. 


' 잘 할 수 있을까? 정말 지금 이 직업을 선택해도 포기하지 않고 해 낼 수 있을까?옳은 선택일까' 등등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끙끙대다가 곧 결론을 내렸습니다.

과거는 잊고 새롭게 간호조무사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해 보기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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