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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Jan 19. 2020

햇병아리 예비 간호조무사의 이야기3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할 거야!!!

자!결정했어라는 결심이 일단 서자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습니다. 우왕좌왕할 때가 더 힘들지 일단 방향을 정하면 모든 시끄러운 것들이 고요해집니다. 나 자신을 위해 제 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결정하자 이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악질적인 습관이 있었습니다. 10년전 세례를 받고 간간이 성당을 다니던 -냉담의 긴 시기도 있었지만- 저에게 점을 보러 다니는 습관이 있었던 것이지요. 사주는 물론 신점 , 타로까지 20대 중반부터 재미삼아 보기 시작했던 것들이 하나의 의지처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어이없게도 이번에도 그 유명하다는 타로를 가 봐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유혹이 시작되었습니다. 직접 가는 것도 아니고 전화 상담이라도 받아봐~라든지. 복채 3만원에 인생을 결정하는 조언을 얻는 것은 값싼 거야. 라던가. 혹시 알아? 더 나은 직업을 찾을 수 있을지. 등등....


그러나 그때만큼은 대번에 잘라낼 수가 있었습니다. 아주 날카롭게 냉정하게 말입니다. 그 만큼 제 인생에 대해 잘 살아 보고 싶은 마음이 컸었고 다른 불순한 것(?)들은 한번에 치워버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타로를 물어봐서 간호조무사 안된다 , 너 못한다. 더 좋은 것이 있다라는 식을 말을 듣고나서 제가 포기해 버린다면. ..제 인생은 이미 제 것도 아니고 점술로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 인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 이번만큼은 !! 내가 결정할래!!!!라는 자유의지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성당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미사드리고 기도드리면서 하느님께 힘과 용기를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시원해졌습니다. 

일체유심조. 굳이 제가 해골의 썩은물을 먹지 않아도 모든 것이 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이 40부터는 일할 수 있겠네. 열심히 하면 지금은 정년이 60세까지지만 혹시 알아? 100세 시대에 일본처럼 정년이 연장되어 70세까지 일할 수 있을지... 결혼을 하게 될지 아닐지 알 수 없지만 직업은 꼭 있어야 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보자. 그 밖의 나머지 것들은 하느님 예수님 성모님 부탁드려요 .'


저는 명리학이나 그런 것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내가 그런 것 공부해서 돗자리 깔면 어떨까? 돈 많이 번다는데 이런 생각을 한적도 있습니다만. ㅎㅎㅎㅎ^^ 그리고 신기가 있다는 말도 어쩌다 듣기도 했기에. 나 무속인 되는 거야? 작두 타야 하는 거야? 라는 생각도 ㅋㅋㅋㅋ

하지만 점괘를 그렇게 수없이 받았어도 정답인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수준이었지요. 신탁을 받으러 가듯이 경건하게 가서 복채 지불하고 미래에 대한 예언을 들어도 만족스러운 것은 그 때일뿐 항상 빗나가더라고요. 


이젠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저를 속박하는 굴레를 굳이 찾아가며 얽매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결정은 순수 제 의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자 희한하게도 그 뒤로는 점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해를 넘어간 지금도 오히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하면 행복하지  불행하지 않습니다. 이미 제 안에는 누구보다도 지혜로운 현자가 살고 있는 듯했습니다. 


약 15년의 세월동안 왜 그렇게 나약하게 살았는지. 저는 그때부터 앱을 깔아 감사일기를 썼습니다. 하루에 3가지만 감사할 거리를 간단하게 적는 것이지요. 그리고 성당에도 주일에는 꼭 갔습니다. 그리고 모닝 페이지-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쪽씩 휘갈겨 쓰는 것- 도 쓰고 일기도 썼습니다. 책도 읽고 주변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속은 이미 변화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해 나가면서 완벽하게 독립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걸음마라도 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혼자서 스스로를 대견해 했습니다. 자기 사랑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요? 


으이구 네가 잘 하는 것이 뭐가 있니? 란 말을 주구 장창 들으면서 살았기에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고착화 되었지만 이젠 그렇게 살기는 싫었습니다. 단박에 큰 변화는 일어날 수 없겠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나아가 보자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남들의 인생을 살지 말고 내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자라고 블로그 일기장에도 썼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에는 항상 나 자신을 사랑한다 잘 할 수 있어라는 확언아닌 확언을 써서 나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어느덧 여름이 가고 9월이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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