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13

실습 1000시간을 채우고

by 세헤라자데

지난 주에 병원 실습 1000시간을 채우고 끝났다. 배울 것도 많았고 환자분들께서도 많이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먹을 것도 매일 챙겨주셨다. 그 중의 하나가 귤이었는데 자그마한 귤에 '명품'이라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어서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내가 명품이 된 듯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3학년부터 시작한 실습이 4-2학기가 되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었다. 언제 그 시간을 다 채우나 싶었는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드디어 끝이 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지금은 중간고사 기간이다. 다음주부터 중간고사를 보고 또 모의고사도 본다. 모의고사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아서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볼 것 같다 ^^ ㅜㅜ

내년 1월 24일 금요일이 국시날짜이고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중간고사만 끝나면 바로 국시 준비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 와중에 생각해 보면 난 인복이 많은 것 같다 .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많은 사람들과 교우를 맺지는 못했는데 아주 필요한 필수적인 소수의 사람들과의 관계는 유지하고 있어서 많은 정보와 자료를 무료로 넘겨받곤 한다. 나도 '이세상엔 공짜는 없다'라는 신조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자료를 구하면 무조건 그 소수의 인원과 공유한다. 나도 이른바 기버(giver)가 되고 싶다. 성공한 기버. 내가 갖고 있는 만큼 베푸는 삶을 살고 주변 사람들과 기쁨과 행복을 공유하고 싶다.


어떤 동기는 이렇게 말한다. "너는 말을 참 예쁘게 하는구나"라고.....개인적으로 말을 정말 예쁘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경청은 잘 한다. 잘 들어주는 편이다. 대신 말은 무겁게 한다. 되도록이면 남의 뒷담화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4년간 그것은 거의 잘 지켰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키면서 인사는 다 하고 다녔다. 만학도 끼리도 싸움이 벌어져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노려보고 하는 관계들도 분명 있다. 실습때 같이 나갔다가 싸우고 지도교수님과 상담을 하고 병원 실습 같이 나가지 않게 조정해 달라고 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다행히 잘 넘어갔다. 심지어 실습 짝꿍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정신과에 상담하러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도 교수님이 그러셨다.


이번 마지막 실습 지도 교수님께서 나중에 간호사가 되더라도 인간관계를 탄탄히 해 놓으라고 하셨다. 그래야 무슨 상황에서든지 일이 벌어졌을 때 도움이 받을 수가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도 당부하셨다. 똑똑한 간호사가 되어야 의사선생님들과도 대등하게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인간관계를 탄탄히 하는 똑똑한 간호사가 되고 싶다. 나는 참 나무늘보처럼 느린 편이다. 뭐든지 늦게 깨닫는다. 4학년 막학기가 되어서야 내가 되고 싶은 간호사 모델을 정해본 것이다.

그러자면 많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도 어느 정도는 고쳐야 할 것이고 병원에 입사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학생때보다도 더 많이 말이다.


어쩌면 내년 졸업후까지도 채용이 안될 수도 있고 기졸로 병원에 입사할 수도 있겠다. 그럴 확률이 크다. 작은 병원이라도 상관없고 부디 좋은 인연의 병원으로 채용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의료진들과 환자분들과 함께 병원생활을 열심히 조금이라도 감사해하며 행복하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

나는 특수파트보다는 병동쪽이 아무래도 어울리는 것 같다. ICU나 ER은 가보지는 못했지만 듣기로는 나에게는 별로 맞지 않을 것 같다. OR도 마찬가지이다. 정신과를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정신건강간호사를 한번 시도해 볼까라는 - 술기를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라 그냥 일반 내과 병동 외과 병동 간호간병 통합 병동이 나에게 맞을 것 같다.


지역을 떠나서 지원해 볼까도 생각했는데 그냥 본가에서 다닐 수 있는 병원으로 갈 생각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려고 한다. 일단 지금의 목표는 무사 졸업과 국시 합격으로 간호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것이다. 10월 10일날 국시 원서 접수하면서 9만원이라는 접수비를 지불하면서 꼭 한번에 합격하자고 다짐했다. 참 늦게도 철이 드는 것 같다. ^^ 일찍 좀 철이 들었다면 성적이 더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


성인간호 공부하다가 문득 이 글을 쓴다. 지금 전국의 간호대 4학년들 힘내시라고....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들, 간호대생, 간호사를 꿈꾸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상황은 항상 변한다. 아주 철학적으로 말해서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 나에게 이롭게 상황이 흘러가리라 생각하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보려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내가 4학년 막학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들이 많았던 덕분이기에....무척이나 감사하다. (무슨 졸업식날에 쓰는 글 같네)

건강도 챙기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걸어간다. 달려간다고는 쓰지 않는다. 나는 뚜벅이이다. 100미터 달리기는 젬병이지만 함께 달리는 오래 달리기는 잘하곤 했다.


자. 다시 중간고사 공부를 해 보자. 커피도 한잔 마셨는데 조금만 더 하고 자야지. 정말 5분만 더 공부하고 자야겠다. ㅎㅎ~ 가을이 깊어가는데 나는 날짜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채로 살고 있었다. 2학기때 지역실습과 관리 실습을 끝마쳤기에 다행이지만 그만큼 바빴다.


아무도 내가 간호대를 가리라고는 , 간호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나도 그랬지만-심지어 타로카드 점쳐주는 분도 , 명리학의 대가도 간호사의 간자도 꺼내지 않았었다. - 하느님의 인도하심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하느님이 책임져요 !!!! ㅋㅋ 결론은 하느님이 책임져 주실 것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 이거다.

진인사대천명.!!! 원효대사 해골물!!! 요즘 나는 원효대사 해골물을 외친다. 일체유심조!!! 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것이다. 아주 멋지지 않은가. 원효대사 해골물! 꼬옥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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