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게 도둑질.
첫병원에서의 기억은 뒤로 하고 두번째 병원을 찾게 되었다. 어차피 신규라 술기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술기 뿐만이 아니라 챠팅도 같이 배울 수 있는 병원을 찾게 되었다. 로컬 병원 공고를 유심히 살펴 보았는데 사람인이나 너스케입 커리어 공고를 유심히 보았다.
그러다가 나이도 있고 하니 -마흔 중반- 요양으로 가는 것이 오래 가겠다 싶어 한 요양병원에 지원을 했다.
그곳에서 연락이 와서 간호부장님과의 면담 끝에 다시 입사하게 되었다.
그래 잘 해 보는 거야!!! 면담 중에 어차피 신규이니 AN선생님들이 술기를 가르쳐 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게 맞다고 생각해 열심히 해 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요양병원에 입사하게 되었다. 복층으로 되어 있는 병동으로 발령을 받았고 그런데 들어가보니 수쌤이 없었다. 예전에는 있으셨는데 감염관리부서로 가셨었고 그 후로는 빈자리로 계속 있었다는 것이다.
그게 나중에 문제가 될줄은 몰랐는데 ...처음 어리버리한 나는 그냥 나 혼자 잘 일하면 될 줄 알았으니까.
액팅부터 먼저 배웠는데 힘들긴 했다. 나는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졸기 일쑤였고 집에 오자마자 체력이 방전되어 널브러졌다. 그래도 가르쳐 주시는 샘들이 있어 감사하긴 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실습쌤들도 있었는데 실습 시간이 다 되어서 나갈 때가 되었다. 그분 중 한명이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떠났다. 나랑 같은 병동에 있는 rn쌤이 한명 더 있었는데 그 사람이 차지를 보는 사람이었다.
"쌤 어차피 나는 나갈 사람이고 쌤은 여길 남게 되는 사람이니까 말을 하고 나갈께요. 그 어린 rn쌤 믿지 마세요. 얼마나 여기 있을때 우리를 부려 먹었게요. 정말 화가나고 열불이 터지고 했는데 마치 종부리듯이 우리를 시켜 먹었어요. 정말 인성이 아니에요. 조심하세요 쌤."이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달차가 넘어갈 무렵 정말 그런 낌새는 이미 나도 눈치 채고 있었다. 정말 나도 참고 참았다. 하지만.... rn과 an 쌤들과의 갈등의 골은 너무 깊어져 있는 상태였고 나는 rn이었지만 배우는 입장이라서 어느 곳에서도 마음 붙일 곳이 없었다.
그저 환자들이나 잘 돌보자 했다. 그리고 간호부장님이 나보고 6개월같은 차지 볼 생각말고 액팅을 배우라고 했다. 그래서 죽어라 땀을 흘려가며 액팅을 배웠다.
정말 여러가지 트러블과 사건들이 일어났는데.....여기에 다 쓰기엔 부족하고 나만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었다. 병동 관리자가 없으니 누가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고 위계질서도 엉망이었다.
험난한 봄이 지나고 여름이 되고 거의 5개월쯤 되었을때 다시 한번 병동 로테이션이 있었다. 그런데 나혼자 다른 병동으로 가게 되었는데 거기는 환자들 상태가 중증은 없었다. 하지만 액팅과 챠팅을 동시에 보라는 것이다. 나혼자!!!!
간호부장님과 다시 면담을 했다. 챠팅을 전혀 배우지 못했는데 얼마정도 배울 시간을 주실 수 있느냐 했더니 열흘 정도 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럼 그 병동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가서 알고 보니 3일만 딱 챠팅을 배우고 나 혼자 바로 독립이었다.
오 마이 갓........그것도 사람이 하루씩 바뀌면서 나를 가르쳐 주는데 첫날 가르쳐 주던 쌤이 다른 쌤들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 그런데 3일만에 챠팅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해요?"다른 쌤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과부하에 걸렸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간호부장님께 며칠 더 챠팅을 배울 시간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고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 환자들에게 위해가 가는 행동을 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렇게 내던져져도 괜찮은 것일까?
간호부장님은 간호조무사들도 3일안에 배웠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논리였는데 나는 그게 안되었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더욱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병원도 전혀 내 사정을 고려해 주지 않는구나. 정말 나는 이렇게 하다가 사고라도 치면 어떡하나 싶어서 걱정과 두려움에 힘들었다. 혼자서 있어야 했기 때문에 물어볼 곳이 없었다.
결국 그 병원도 가을이 되기 직전 퇴사했다. 정말 울분을 토하면서 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전혀 챠팅을 못하는 상태에서 3일만에 습득을 하라니.... 챠팅은 신규나 다름이 아닌데....아무리 스파르타로 내 던져졌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퇴사했다.
퇴사할 즈음이 가을이 올 시기였고 나는 지쳐 널브러졌다. 정말 병원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4년간 간호대를 다니면서 난 무엇을 한 것인가. 시간낭비, 돈낭비를 한 것일까?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해서 바로 다른 병원으로 가지 말고 좀더 쉬었다가 ....좀더 긴 휴식시간을 가져보자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가을은 추석도 있고 해서 정말 푹 쉬었다. 감기몸살에 심하게 걸려서 끙끙 앓기도 하고 정말 내 마음을 다스리려 엄청 노력을 했다.
사회생활이 다 그렇겠지만 내 마음대로 돌아가는 조직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시간은 주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냥 내던져져서 익히라는 것인가. 그 병동은 혼자 맡으면서....암기력과 이해력도 현저히 낮아져 20대처럼 머리가 똘똘하게 돌아가지도 않는데....
그러다가도 그래도 버텼어야 했나 싶은 자책감도 들고....일단 마음이 복잡했다. 매일 큰소리가 나는 병동이었고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는 병동에서 일을 하다보니 나 같은 사람은 일찍 소진이되고 번아웃이 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가을 두달을 푹쉬고 ....병원으로는 안갈거야 했는데..... 그래도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병원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늦가을쯤에 다시 용기를 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