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실습 걱정이 되는 시기
그렇다. 나는 이론은 그냥 저냥 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믿었다. 12월이 될때까지 공부는 집에서도 1도 하지 않았지만 선생님들의 말을 그냥 믿었다.
"지금 힘 빼지 마시고 실습 갔다 오고 나서 내년 -2020년- 여름부터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정말 철썩 같이 믿었다. 12월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몇몇 과목은 오픈 북 형식으로 시험을 보았다. 나름 성적은 괜찮았다. 반에서 2등을 한 것이다. 오픈 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책 덮고 하라고 하면 나는 울었을 것이다.흙흙흙 ㅠㅠ
그래 뭐 막판에 하지 뭐. 대신 수업 시간에 커피 몇잔씩 마셔 가면서 졸지 않고 필기는 열심히 해 놓았으니까.
대신 슬슬 2020년 1월 말부터 나가는 실습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디 병원으로 가야 하나. 실습을 잘 할 수 있을까. 텃세와 태움이 있지 않을까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 나 하기 나름이겠지 하면서도 병원이라는 낯선 환경속에서 환자로서만 가봤지 실습생으로서 1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780시간 실습을 채운다고 하면 사실 막막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실습 나가기 한달 전에 병원을 물색하고 학원에서 추천도 해주고 상담을 한 끝에 정해진다고 했다. 아 ...어디로 나가야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일단 원장님과 팀장님이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실습에 대해 너무 궁금했기에 따로 휴식시간에 팀장님을 붙잡고 개인 상담처럼 물어보기도 했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 제 나이 이제 마흔이거든요. 어디로 가야 할까용?? 등등 어디로 가야 취업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요? 등등
일단 정리해 보자면 집이 가까운 곳이 좋다고 한다. 멀면 지치기 마련이다.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고 넉달 반 하루 8시간 총 780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보통 일이 아니다. 걸어다닐 거리면 더욱 좋고 차로 다니더라도 10-15분 정도 거리면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혼자 가도 괜찮다고 했다. 어차피 우루루 무리로 가더라도 각각 떨어뜨려 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스치듯이 복도에서 만나거나 가끔씩 점심시간 식당에서 만날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정말 진리였다 나중에 보니-
그리고 혼자 가더라도 더 옆에 끼고 간호사 , 간호조무사 선생님들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준다고 하셨다. 으흠, 그렇구나. 그러면 난 어디로 간다?
일단 병원에서필수 400시간을 채워야 하고 나머지 380시간은 병원이든지 의원에서 채워도 된다고 했다. 상담 끝에 우리 집근처 도보로 5분거리 S 요양병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혼자서 !!!!
혼자서 가더라도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이상하게 긴장이 되면서도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병원일에 대해서는 1도 모르지만... ㅎㅎㅎㅎ
물론 기도도 했다. 성당에 주일에 미사를 꼬박꼬박 보면서 기도도 열심히 하고 두렵지만 실습 잘 하게 해 달라고 하느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오죽하면 1월 초가 되어서 우리 본당도 아닌데 새로 사제 서품을 받으신 첫 미사를 거행하신 신부님 안수를 받기 위해- 그 첫 안수의 힘이 굉장히 크다는 말을 들어서 - 옆동네 성당까지 가서 안수를 받고 왔을까. 그만큼 나도 나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함을 다스리고 싶었다. 힘을 내고 싶었다.
1월이 되어 실습 병원도 정하고 실습복도 사고 간호화도 언니가 안 신는 간호화 갖다 놓고 하나씩 준비를 했다.
나 혼자 하라고 하면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 같이 동기들과 수다도 떨면서 하다보니 시간은 고이고이 흘러갔다.
그리고... 한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IV,IM 등 주사를 놓는 실습이 아직 더 남았던 것이다. BST당체크 하는 것도 배워야 했고 수액 놓는 것도 배워야 했다. 솔직히 ...무섭고 떨렸다.
그런데 해야 한다고 하니...흙흙흙....
2020년 1월이 되어 드디어 학원에서 주사 실습이 시작이 되었다.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