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랭구 키우기 #8
평범한 수준의 아빠 육아조차 고난의 행군일세
어제는 회사에 일이 있어서 좀 늦게 퇴근했다. 집에 늦게 도착해서 딸랭구랑 조금밖에 못 놀아줬다. 회사에서 기를 하도 빨려서 에너지도 모자랐다. 다행히 어제는 쉬운 놀이를 했다. 딸랭구가 냥이 인형을 어디다 숨기면 세상 걱정스럽고 슬픈 연기를 하면서 냥이가 도대체 어디 갔지 꺼이꺼이 울부짖는다. 그러면 딸랭구가 내 시선을 피해 조심스레 냥이를 찾아온다. 그럼 셋이서 부둥켜안고 그동안 어디에 있었냐면서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하며 눈물의 재회를 나눈다. 이 놀이는 냥이가 없어진 시점과 찾아온 시점에 서로 부둥켜안으며 연기할 때 딸랭구를 원 없이 껴안을 수 있는 개꿀 놀이다. 심지어 누워서 해도 된다. 째끄만 딸을 마구마구 껴안고 구르며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다. 안고 있으면 포동포동하고 뜨끈뜨끈하고 보들보들해서 넘모 좋다. 이래서 사람들이 반려 동물 키우는구나 싶고, 경험해본 바 반려 랭구들이 최고다. 딸랭구, 마누랭구. 랭구들은 모두 최고의 반려다. 하지만 며칠 부족하게 놀아줘서 그런지, 아빠에 대한 애정이 떨어진 게 느껴졌다. 특히 잠들기 전 매몰찬 얼굴로 아빠 나가! 할 때 많이 느낀다. 만약 45세쯤 돈을 잔뜩 벌어서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면 딸랭구 너 나가! 아빠랑 엄마 둘이 좀 있게! 하면서 집에서 내쫓을 것이다. 쫓겨나는 아픔을 느껴보라구! 그리고 나갈 땐 슬픈데 막상 나가면 개꿀인 것도 느껴보라구! 근데 얼마 전 엑셀로 계산해보니 69세 되어야 은퇴할 수 있겠더라. 그러므로 중고딩때 내쫓지는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 내쫓아야지. 서울로 대학 가면 자취시킬 예정이다. 본인 삶을 스스로 관리하면서 애인도 마음껏 사귀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도 우리나라 치안이 안정되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