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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줄박이물돼지 Sep 04. 2020

딸랭구 키우기 #9

평범한 수준의 아빠 육아조차 고난의 행군일세

어제는 본가에 갔기 때문에 여유로운 육아를 즐겼다. 쇼파에 앉아 두꺼운 환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애를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갔더니 예전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새로웠는지, 어른들 찾지도 않고 혼자서 잘 놀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손녀가 귀여워서 계속 먹을 것들을 만들어 주신다. 우리 딸은 뭔가 먹고 있을 때 매우 착하다. 본가에 갔을 때 한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애기가 노는 게 너무 재밌어서 낮잠을 잘 안 잔다. 낮잠을 안 자면 8시쯤부터 엄청나게 짜증을 부리기 때문에 받아주기 힘들고, 수면 패턴이 망가지면 새벽에 깨서 난리를 치기도 한다. 다행히 내가 잘 재웠다. 책 한 권 읽어주고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주고 같이 자자고 했다. 간만에 이야기 만들어 내려니 생각이 잘 안 났다. 그래서 예전에 호랑이 얘기 읽었던 걸 대충 해줬다. 이야기를 조금씩 떠올려보니 밀렵꾼에게 총 맞아서 죽는 결말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다가 밀렵꾼에게 총을 맞았지만, 동물 보호소 사람들이 나타나서 구출해 줘서 서울대공원에 있다는 걸로 끝냈다. 책도 다 읽고 이야기도 끝났는데 눈이 말똥말똥하고 잠 안 자고 놀고 싶어 하길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얘기한 다음 이제부터 눈을 감고 숨을 천천히 쉬라고 했다. 그러다가 같이 잠들었는데 어머니가 뽀시락 대셔서 나만 깼다. 애기가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질까 봐 그 아래 자리 잡고 누우시더라. 떨어지면 당신께서 몸으로 받겠다는 마음. 손녀 사랑은 정말로 무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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