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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줄박이물돼지 Sep 04. 2020

열역학으로 설명하는 습관의 중요성

인생에 이득되는 당연한 일들을 못 하는 이유

요즘 회사에 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엑셀 파일을 켜고 오늘의 시간표를 되새기는 일이다. 그 시간표에는 회사에서 어떤 일을 몇 시에 처리해야 할지 적혀있을 뿐 아니라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적혀있다. 그 엑셀 파일을 아침에 리뷰하고 퇴근하기 전에는 공책에 쓴다. 내용은 별게 없는데 월요일의 경우엔 9시까지 핸드폰을 쓰지 않고 딸랭구랑 놀아줄 것, 이후 11시까지는 글을 쓰거나 주식을 공부한다는 것이다. 주식 공부는 하기 싫기 때문에 보통 글을 쓰는데,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별생각 없이 핸드폰 붙잡고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요새 정착시키려는 습관의 핵심은 핸드폰을 멍하니 보고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왜 습관이 중요한가?

습관이 왜 중요한지 현상적으로 접근한 사람들은 많다. 그들은 관련한 연구를 하고 책을 썼는데, 대부분 인문사회학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나는 습관의 중요성을 열역학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 열역학은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지금부터 할 설명은 어렵지 않으니 재미로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열역학 1법칙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이를 '인간'이라는 시스템에 한정하면 한 인간이 가진 에너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변함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때 한 사람이 갖는 에너지의 총량을 Internal Energy라고 정의하자. Internal Energy는 보통 U라고 쓴다.

우리는 다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중요하고 어려운 시험을 끝내고 돌아와서 다음에 시험 볼 과목을 공부하지 않고 스타크래프트를 한 판 한다거나 인터넷 쇼핑을 해본 경험. 엄밀히 말해 시험을 끝낸 다음 어떤 활동을 했다는 것은, Internal Energy를 완전히 소모하지는 않았음을 뜻한다. 만약 에너지를 모두 소모했다면 뻗어서 자거나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를 보충한 이후에는 다시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못하나? 겁나 하기 싫기 때문이다. Internal Energy가 있지만 막상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고갈된 셈이다. 열역학에서는 이 개념을 Free energy라고 한다. 한국말로 하면 '잉여력'인데, 이 잉여력이 있어야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헬름홀츠라는 형이 Free energy를 구하는 식을 다 구해주셨다.

Free energy = U - TS
U= Internal energy, T = Temperature, S = Entropy

즉, 잉여력은 한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에서 Temperature x Entropy 값을 뺀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Temperature는 행하는 일이 얼마나 하기 싫은지에 대한 척도라 할 수 있다. Entropy는 흔히 무질서도라고 번역되는데, 그건 억지로 번역하려고 만든 말이고, 비가역적인 정도, 사람으로 따지면 일의 난이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컵에 담긴 물을 쏟기는 쉬워도 쏟아진 물을 도로 담기는 아주 어렵다. 마찬가지로 여러 그릇에 음식을 잔뜩 담기는 쉬워도 설거지 하기는 어렵다. 사람의 생활에서 '비가역적'인 정도는 바로 얼마나 의식을 쏟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즉, 습관처럼 하느냐 아니면 맘먹고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핸드폰 사용은 다들 별 반감없이(T = 0) 습관처럼(S =0) 행한다. 즉, 에너지를 거의 소모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대로 할 수 있다.

우리가 삶에서 발전적인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잉여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지금의 나처럼 잉여력이 넘쳐야 이런 뻘글도 왈왈 쓸 수 있다. 잉여력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운동, 수면, 식사로 U를 올리거나, 정신 수양을 통해 어떤 일에도 빡치지 않게 T를 내리거나, 좋은 습관을 잘 형성해서 S를 내리면 된다. 여기서 좋은 습관의 형성, 예를 들면 규칙적인 식사, 수면, 운동은 U를 높이는 동시에 S를 낮추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이거 예전에 우리 회사 신입사원들한테 교육한 내용인데, 혹시 어디서 들어봤다 싶으면 모른척하고 넘어가 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내가 이거 만들고 기업교육 담당하시는 프로님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줬는데 무척 감탄하시면서도 본인들이 쓰지는 않으셨다. 너무 공대공대한 느낌인가 부다. 난 디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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