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줄박이물돼지 Sep 16. 2020

사씨임장기 #1

부알못 부부의 맨땅 박치기

문(文)나라  재인(在寅) 연간, 경기 수원 땅에  한 남자가 있었는데, 성은 사(司)요 이름은 서(書)라고 하였다. 그는 일개 기업의 직원이라, 사람됨은 양순하나 수입과 자산이 별 볼일 없었다. 나이 서른여에 아내를 맞아 24평 집을 장만하였고 부부의 금실과 다회의 집들이가 세인의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간신이 조정에서 제멋대로 부동산 정책을 농간하였으므로, 거처를 옮길 기회를 보고 있었다.

한 날은 사씨가 부인께 가로되,

"우리 집 세 가족이 지내기에 24평으로 넉넉하나 방이 2개라 부모님이 오시는 경우 거실에서 주무시니 그만한 불효가 없고, 안방과 화장실이 붙어 있어 새벽마다 세안의 소음으로 아이가 뒤척이고 부인께서도 신경이 곤두서시니 거처를 옮기는 것이 어떠합니까?"

그의 말을 부인이 받기를,

"그 말씀이 참으로 옳습니다. 비록 우리 집이 산이 가깝고 큰길과 멀어 소음이 없고 조용하나, 학군이 아쉬우며 학원가에 유해시설이 즐비합니다. 광장에서 연초를 태우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안마 시설, 숙박 시설, 음주 시설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으니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기가 저어 됩니다."

사씨는 부인의 말이 옳다 하고 가가오(家家悟) 지도를 펼쳐 가로되,

"무릇 좋은 입지란 교통, 학군, 통근, 남향, 주차를 만족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옮겨갈 집은 신축인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소생의 수입이 보잘것없고 모아둔 돈도 미미하니 선택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될 것 같습니다."
"모아두신 주식을 파시면 어떻습니까?"
"지금 주식을 처분한다고 해도 서울의 특급지로 가기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서울의 특급지가 아닐 바에야 투자보다는 실거주 편의를 염두에 두고 이동할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합니다. 대신 미래의 자산 증대를 위하여 주택 담보 대출을 최대한 받아서 집을 사고 남는 돈을 주식에 넣을 것입니다."
"주식 참 좋아하시는군요. 당신 뜻대로 하세요."


주식 공부만 달달 외 서생, 사서와 그의 부인의 집 구하기는 시작부터 지난(至難)한 기운을 풍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