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랭구 키우기 #3
평범한 수준의 아빠 육아조차 고난의 행군일세
집에 처제가 놀러 와서 며칠 지내기로 했다. 처제는 딸랭구 어릴 때 3개월 정도 우리 집에 살았는데 하도 잘 놀아줘서 딸랭구의 애정을 듬뿍 받는다. 엄마나 아빠에게 혼날 때마다 이모가 보고 싶다고 목놓아 부른다.
휴가 내고 마누랭구랑 처제랑 셋이 광교 갤러리아 가기로 했다. 우리 딸랭구는 저번에 아빠 회사 안 갔다고 본인도 어린이집 안 간다고 했기 때문에, 출근한 척 위장하기로 했다. 이모가 있으면 얼집에 안 갈 것이 뻔해서 처제도 깨워서 나갔다. 집 근처 식당에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든든하게 말아먹고, 근처 커피집 가서 라떼 한잔했다. 딸랭구를 얼집에 보내고 온 마누랭구가 합류했다.
갤러리아에서 신나게 놀고 온 우리 부부는 둘 다 피곤했기 때문에 육아는 오후 반, 저녁반으로 나눠서 하기로 했다. 난 오후반 지원했다. 갤러리아 다녀와서 얼집에서 딸랭구 픽업해서 처제랑 근처 신축 아파트에 놀러 갔다. 조경이 기가 막힌다. 신축 최고! 놀이터에서 딸랭구랑 조금 놀아줬다. 처제는 엄청 잘 놀아줬다. 잡기 놀이했는데 정말 무지막지하게 뛰어다녔다. 나는 그네를 태워줬다. 그네 타는 법 가르쳐 줄랬는데 아직은 잘 못 탔다. 그네 타면서 맞는 바람이 기분 좋았는지, 렛잇고를 불렀다. 가사를 너무 자유롭게 부르길래 나도 같이 불러줬다. 딸랭구가 영어 비슷하게 막 소리 질러대니까 어떤 애기가 와서 고깔모자 에이, 올록볼록 비 노래를 불렀다. 우리 딸 보다 1살 정도 많아 보이는 애기였는데, 본인도 영어 좀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부다. 귀여웠다.
요새 딸랭구 성교육이 고민이다. 이제 겨우 4살이라 방심하고 지냈는데, 유치원 버스 두 대가 앞뒤로 주차되어 있는 걸 보고는 "킨더가 짝짓기 하네!"라고 외쳤다. 빵 터지긴 했는데, 뭐라 대답할지 아주 난감했다. 킨더는 꼬마버스 타요에 나오는 유치원 버스로 캐릭터 중에서 짝짓기와 가장 거리가 먼 친구 중에 하나다. 그 이후에도 짝짓기 얘기를 자주 했는데, 얼마 전에 반딧불이의 생애를 다룬 책에서 나온 장면 때문으로 생각된다. 어감이 뭔가 재밌나 봐. 뭐만 좀 가까이 붙어있으면 짝짓기 한다고 하는데, 네 살짜리 성교육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