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시대 6

용궁에서 온 그 남자

by Hugo
hell.jpg 단테 <신곡> 중 지옥장면




7.


주인 노파의 그 야젓잖은 신세타령을 듣고 있자니 짜증이 밀려왔다.

“이승이 갑갑허면 저승길을 찾아야지 웬 군소리가 그리 많은가?”

내 말에 노파는 앵돌아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이내 주문대 너머 어둠 속에서 노파의 눈빛이 섬뜩하게 번득였다.

나는 짐짓 모른 체 사내 쪽으로 슬그머니 돌아앉았다.

“이보게, 생선대가리가 뭐 먹을 게 있다고 그리 집착을 하는가?”

어색하고 궁색하기 짝이 없는 물음이었다.

“물괴기 기억을 묵을라꼬 한다 안카나.”

답답하다는 듯 양복쟁이가 사내 대신 대꾸했다.

아직까지 사내는 그저 파리들이 까맣게 앉아 있는 생선대가리를 으쩍거리며 먹고만 있었다.

“내 말인즉 물고기한테 기억력이 있기는 하냐는 말이었네.”

그러자 극성으로 달려드는 파리를 쫓느라 연방 머리를 흔들어대면서 사내가 대꾸했다.

“물고기란 놈은 한번 맛본 물맛은 결코 잊지 않소이다.”

“얼러려? 지가 무슨 정수기 장시여? 워찌케 물맛을 안다능 겨?”

물개수염을 한 늙은이 하나가 말참견을 했다.

“감각이 아주 예민한 놈들이올시다. 사람보다 몇 백배나. 그놈들은 바로 그 감각을 기억하는 거외다.”

사내의 말에 양복쟁이가 정색을 하고 반문했다.

“그라믄 물괴기를 도마 위에 놓고 쭉 갈라가 썰믄, 그눔아가 펄떡펄떡 뛰어쌋는기 아파 죽겄으니까네 그라능기가? 아이고야, 인자 껄끄러워 회 떠묵겠노. 배운 양반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네 물괴기는 지 몸띵이 아푼 거도 모른다카드만은.”

“살아있는 놈 치고 고통 없는 놈 어디 있겠소.”

사내의 목소리에는 조롱기가 묻어있었다. 자못 불쾌한 듯 양복쟁이가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생선회.jpg


파리 떼들만이 사내와 늙은이들 사이를 어지럽게 잉잉거렸다. 파리소리 때문인지 정신이 산만했다.

아무리 사내가 한 말을 간추려보아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양복쟁이와 물개수염의 중늙은이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예전에 살점을 발라낸 물고기가 유유히 물속을 헤엄치는 걸 본 적이 있네. 자네 말마따나 고놈들이 아프다는 걸 안다면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말했잖수. 그놈들은 감각은 있어도 인식하진 못한다고. 그러니까 제 살점이 떨어져나가도 자기 몸뚱인 여전한 줄 착각하고 평소처럼 헤엄치는 겁니다.”

“언제 그켔노? 아까는 물괴기도 고통을 느낀다 안켔나.”

양복쟁이가 발끈 성깔을 부렸다.

“머릿속에선 모르지만 몸은 느낀단 얘기요.”

사내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아 여전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허!”하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양복쟁이도 덩달아 거푸 한숨을 토해냈다.

사내는 좀 실망한 듯이 입술을 실룩이더니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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