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2
프리지어 이본느야, 잊지마
-네 번째 날-
집안은 고요했다.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빈 꽃병이 아내의 부재를 알리고 있었다.
"프리지어 이본느야, 잊지마."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는 거리로 나설 때면 아내는 몇 번이고 다짐했다.
그 이름에서 난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다.
나르시스는 외로웠고 프리지어의 사랑은 너무 쓸쓸했다.
-다섯 번째 날-
불기 없는 방은 싸늘했다.
바닥에는 매트리스 하나만 덩그러니 깔아 놓고 창가 화장대는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거울에 비치는 낯선 남자의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하얗게 센 머리에 눈가의 주름은 깊어졌다.
-여섯 번째 날-
아마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화장대 옆에 있던 노란색 여행용 캐리어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틀림없다.
아내는 오클랜드의 카레카레 비치에 가고 싶어 했다.
푸른 바다의 잔물결이 햇볕을 받아 반짝거리는 검은 모래사장을 걷는 꿈을 꾸었다.
The heart asks pleasure first, 아내는 영화 피아노의 음악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가슴은 먼저 기쁨을 원해요
그리고-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그리고 아픔을 완화시키는-
저 하찮은 진통제들을-
그리고-잠들기를-
그리고-심판자의 뜻이라면
마침내 죽을 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