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오렌지를 위한 사랑11
여기 있는 게 틀림없다.
-스물두 번째 날1-
형광등 불빛이 창백하게 떨어지는 경찰서 조사실은 싸늘하게 차다.
수사관 한 명이 증거물 채증 봉투를 들고 나타난다.
그리고는 수면제 세 통과 자물쇠가 달린 와이어를 꺼내 철제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영어로 내 물건이 맞느냐고 한다.
나는 고개만 끄덕한다.
“이 많은 수면제를 왜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
몇 알은 여자를 잠재우는 데 필요했고 나머지는 나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바라는 안식을 위해서였다며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이번엔 그가 봉투에서 목줄이 달린 여권케이스를 꺼내들고 누구 것이냐고 또 묻는다.
아내의 여권이다.
여기 있는 게 틀림없다.
“아내를 만나게 해 주시오!”
나는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친다.
수사관이 한쪽 벽면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편광유리창을 힐끗 살핀다.
-스물두 번째 날2-
자색 슈트 차림의 사내가 배석한다.
수사관은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이라고 그를 소개한다.
사내는 의례적인 인사치레도 없이 왜 공연히 일을 쑤셔서 크게 벌이느냐고 질책한다.
나는 아내를 잃어버려서라고 항변한다.
그러자 아무 가치 없는 일에 매달려서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가슴이 아프다.
‘아무 가치 없다’는 것이 일말의 희망마저 짓밟아놓는다.
허무한데,
그래서 미친 듯이 웃는다.
목에 걸린 웃음을 캑캑하다가 눈물까지 짠다.
아내가 너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