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테의 조용한 시간 18
우리가 왜 이집트를 떠났던가?
“아냐”
단단히도 토라졌다.
먹다 남긴 모이를 줬다고
팩 돌아 앉아 꿈쩍도 않는다.
거실 탁자 한쪽에
모이그릇을 두었다가
끼니때가 되어서야
새장 안에 드는데
용케도 알아챈다.
그런 먹음새의 사치가
참 유난스럽다고
밥 시중드는 노모는
웃음 섞인 푸념을 하고
난 녀석에게
음식 투정을 부린다며
핀잔을 놓는다.
그러면 되레,
“처음에 좋은 걸 먹였어야지.” 하는
노모의 꾸중이 떨어진다.
녀석의 음식 사치는
좀 엉뚱스러운 구석이 있다.
직수입했다는 무슨 영양식이든
동결 건조했다는 과일 펠렛이든
아무튼 몸에 좋다는 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먹다 남긴 걸 버려도
석 달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9,900원짜리 모이 한 봉지가
녀석이 꼽는 최고의 양식이다.
문제는 그 엉뚱한 먹성의 사치가
바로 내 원죄에 있다는 것이다.
길 잃은 녀석을 만났던 날,
하필 구해 먹인다는 게
그 싸구려 모이였다.
비는 차가웠고
녀석의 몸피가 너무 가냘팠기에
근처 마트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가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아냐” 하고
먹다 남긴 모이를 줬다고
토라지는 녀석의 사치엔,
굶주림을 잊지 않고
이제껏 먹고 있는
9,900원짜리 모이 한 봉지엔,
내 원죄의 물음이 있다.
난 왜 굶주림의 날들을
기억하지 않는가? -τοτε-
내일을 맞이하여야 하니,
너희는 스스로를 거룩하게 하여라.
너희가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먹이려나?
이집트에서는 우리가 참 좋았었는데'
하고 울며 한 말이
나 주에게 들렸다.
이제 나 주가 너희에게 고기를 줄 터이니,
너희가 먹게 될 것이다.
하루만 먹고 그치지는 아니할 것이다.
이틀만도 아니고, 닷새만도 아니고,
열흘만도 아니고,
스무 날 동안만도 아니다.
한 달 내내,
냄새만 맡아도 먹기 싫을 때까지,
줄곧 그것을 먹게 될 것이다.
너희가 너희 가운데 있는 나 주를
거절하고, 내 앞에서 울면서
'우리가 왜 이집트를 떠났던가?' 하고
후회하였기 때문이다."
-민수기 11: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