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사람에게서 시작된 이야기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by 벨루갓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믿는 일이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계기가 분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 시작은 겉과 속이 너무나 달랐던 사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다정하고 친절했던 그 사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말과 행동이 따로 놀고, 따뜻한 말 뒤에는 날카로운 의도가 숨어 있었다.

그 사람을 믿었던 만큼, 상처는 깊었고 혼란은 더했다.


나는 사람 자체를 경계하게 되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의심하고, 마음의 벽을 점점 더 높이 쌓아 올렸다.

“이 사람은 진짜일까?”

“또 상처받게 되는 건 아닐까?”

그 불안은 곧 우울이 되었고, 사람과의 관계가 더 이상 따뜻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 시간을 오래 견디고 나서야, 나는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쩌면, 모든 인간은 원래 다층적인 존재인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을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큰 상처였을 수도 있다.

그러니 나에게 상처를 준 그 사람도, 완전히 악한 존재로만은 볼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나는 용서하기로 선택했다.

상대를 위한 용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지속적으로 마음을 갉아먹는 분노와 원망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더 이상 과거에 매여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나는 하나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그 감정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무조건 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옆에 어떤 사람을 두어야 하는지를 분별하는 눈이 생기기 시작했다.


진짜 좋은 사람은, 내가 약할 때 도망가지 않는 사람이다.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나를 이용하지 않으며,

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통해, 나는 점점 회복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한 겹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겹겹이 마음을 숨기고 살아가며,

그 모든 층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결국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상처는 여전히 아프지만, 나는 이제 그 아픔을 통해 자라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를 더 잘 믿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이 비로소, 내가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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