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 좋은 이유

나의 감각, 나의 방식

by 벨루갓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나무들이 물을 가득 마실 수 있는 날.

촉촉하게 젖은 풀잎 사이로 퍼지는 진한 풀내음도 참 좋다.

그 향기를 따라 마음도 천천히 젖어든다.


사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옷이 젖고, 날씨는 습하고,

어디선가 풍겨오는 좋지 않은 냄새들.

하지만 옷은 세탁하면 그만 아닌가.


무엇보다 빗소리가 얼마나 좋은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음악처럼

조용히, 꾸준히, 마음을 적셔준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의 감각은 유난히 예민하다.

색의 온도, 공기의 흐름, 붓끝의 떨림 하나하나에 민감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날씨에 대한 감각은 무딘 편이다.

사람들이 덥다고, 춥다고 말할 때

나는 한참 지나서야 깨닫는다.


그래서일까.

비 오는 날이 더 좋다.

촉촉한 공기 속에 조용히 잠기듯,

세상을 내 방식대로 느낄 수 있는 날.


더운 습기는 버겁지만,

시원한 습기는 좋다.

비 오는 날의 그 차분하고 서늘한 습기.

그게 내겐 오히려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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