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은 지나가는 계절일 뿐,

그리고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by 벨루갓

사람들은 유난히 가을을 타는 것 같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해가 짧아지고, 바람에 냉기가 섞이기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해지는 때가 많다.

그래서 “옆구리가 시리다”는 말이 괜히 더 와닿는 계절이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괜히 마음이 허전하고,

뭔가 끝나가는 기분이 들고, 나도 함께 시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럴 땐 사람의 온기가 유난히 그리웠고,

지나간 추억 속으로 자꾸만 마음이 들어가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낙엽이 지는 건 단지 자연의 순환일 뿐이다.

지구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그게 진리다.


가을은 끝이 아니라 변화의 계절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참 아름답다.

울긋불긋한 단풍잎과 은행잎도 너무나 아름답거니와

갈색과 주황빛이 섞인 낙엽의 색감은

빈티지하면서도 따뜻하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그 장면을 보면, 매번 새롭고 고요한 감정이 든다.

나는 그래서 가을이 참 좋다.

그 자체로 완성된 예술 작품 같다.


사람들은 낙엽을 보며 늙어간다고, 쓸쓸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제 오히려 그 안에서 순환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모든 건 언젠가 흩어지고, 또다시 태어난다.

그건 슬픈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가을을 충분히 즐기려 한다.

산책을 하며 낙엽을 주워 보기도 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의 노을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이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그러니, 그대여!

가을을 너무 외로운 계절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가을은 누구보다도 부드럽고 따뜻한 계절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흘려보내지 말고,

마음껏 느끼고, 보고, 담아두자.

가을은 곧 지나가겠지만,

그때의 감정과 색감은 오래도록 우리 안에 남을 것이다.


keyword
이전 11화이미 이루어진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