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님에 대한 사색
크리스마스다.
이상하게 오늘은 시끄러운 느낌보다
조용해지고 싶다.
불빛은 많은데
마음은 자꾸 안쪽으로 내려간다.
그게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빛을 생각하려면
먼저 멈춰 서야 하니까.
이런 날엔 예수님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기독교는 아니지만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ㅡ
그분이 하셨던 말들.
너무 오래 전의 말인데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는 말들.
서로 사랑하라.
판단하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
뺨을 치면 다른 쪽도 내어주라.
말들은 단순한데 참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방향은 분명하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누군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쪽.
돌을 들고 서 있던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은 조용히 말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라.”
그 말 이후,
아무도 소리치지 않았고
아무도 설득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돌을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나도 자연스럽게 멈추게 된다.
내가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진 않았는지,
이미 마음속에서
돌을 쥐고 있진 않았는지.
크리스마스는
무언가를 더 갖는 날이 아니라
조금 내려놓는 날 같다.
덜 날카로워지고
덜 서두르고
말보다 마음을 먼저 두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방향만은 그쪽으로 두는 하루.
조용히
마음 한쪽에 작은 빛을 켜두는 것.
그게 오늘,
내가 선택한 크리스마스다.
ㅡ
크리스마스는 기쁜 날이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내려오신 날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날.
그런데 이상하게
기쁨만 떠오르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너무 자연스럽게
십자가가 함께 떠오른다.
못 박힌 손과 발,
침묵 속에서 끝까지 남아 있던 얼굴.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아기와
모든 것을 건너간 마지막 장면이
같은 날에 겹쳐진다.
나는 그게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크리스마스라서
그 삶 전체가 함께 떠오르는 것 같다.
예수님은
어떻게 그런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끝내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을 말하면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순간을 받아들이고.
도망칠 수도 있었을 텐데
설명할 수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나는 가끔
그 힘이 어디서 왔을지 생각한다.
의지였을까, 믿음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사랑을 너무 분명히 알고 있었던 걸까.
크리스마스는
기쁜 날이 맞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깊은 질문을 남기는 날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
그 질문을 붙잡고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싶다.
기뻐하면서,
떠올리면서,
함께 기억하면서.
그게
내가 이 날을 대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