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과 보안
< 춤 얘기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뭔가를 했을 때 잘 한다/잘 할 수 있다고 느껴졌던건 춤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근데 달리 생각해 보니 내가 살면서 그토록 열심히 연습하고 시간을 내서 연습하고 주말에도 연습하고 방학때도 연습하고 교회도안가고 연습하고 수업빠지고 공연하고
열정을 가졌던게 춤밖에 없었던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왜 하필 춤에 그렇게 열정을 가졌을까?
남들 앞에서 프리스타일 하는 것이나 배틀 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못나게 타고난 (같잖은) 완벽주의적 성격 때문에... 배틀을 하지 않으면 맞이할 수 밖에 없는 한계에 다다르고 이렇게 손놓게 될 것을 알았으면서.
그렇게 멈춰지고 난 후,
다른 것을 찾아봐야지- 하는데 아무래도 그 무엇도 가슴에 꽂히지가 않아서 하릴없이 주어진 일들을 하며 시간은 자꾸만 흘러 어느새 스물아홉. (친구들은 서른.)
매년 1월23일을 기점으로 늘 나 자신을 다잡아왔는데 이번만큼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서두 겨울이 오는게 두려워...
'다른 사람들은 뭘 찾았을까?'하며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계속해서 내 가슴속엔 '춤을 다시...?'라는 생각만 메아리 치는지. '과거는 과거로 남겨둘 것.'
< 보안 얘기 >
춤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때 였고, 보안을 시작한 것은 2학년때 였습니다.
3학년 때는 보안학회의 회장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것도 꽤 열심히 했다고 볼 수 있겠죠.
지금 춤을 놓았듯이 보안도 놓고 삽니다.
이 쯤 되면 정말 무언가를 지속하는 것에는 끔찍히도 재능이 없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보안을 놓게 된 것도 춤과 비슷하게 완벽주의적(?) 고민을 하다가 인듯 하네요.
회사에 입사를 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보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아주 낮았거든요.
마이너한 곳에서 오타쿠처럼 컴퓨터만 하고싶진 않았어요. 뭔가 아주 잘 닦여진 곳에서 주어진 것들을 열심히 하면 빛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죠.
사실 그런 자리는 없다는 걸 이제는 느끼게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너무 현실을 몰랐던걸까요?
보안은 너무 험한길인듯 하여, 연구소로 가서 빅데이터 개발을 하는걸 택했죠.
삶이 어떻게 흘러갈런지-
그것도 오래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사내를 떠돌도 있어요.
그 어떤것도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열정을 불사르지는 못하는 채로.
그렇게 남아도는 에너지로 연애와 결혼에 성공했으니
나름 잘 보낸 걸까요^^
그럼 이 다음엔
춤일까요 보안일까요.
아님 새로운 무언가일까요.
계속 고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