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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Nov 21. 2021

모노폴리



어릴 적부터 보드게임을 좋아했다. 함께 살던 사촌들과 루미큐브나 부루마블을 하며 밤을 지새우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이 참 좋게 남아있기에 아이와 의사소통이 되면서부터 간단한 카드게임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보드게임은 사고력, 순발력, 간단한 연산, 페어플레이, 도덕성까지 배울 수 있다.



요즘은 ‘모노폴리’라는 게임을 변형해서 하고 있다. 이 게임은 1930년대 대공황에 발표된 게임으로 모노폴리, 독점이라는 이름처럼 독점적인 부동산 소유 상태일 때 임대료로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부지, 공공기관, 철도노선 세 유형으로 나뉜 부동산에 해당 유형을 복수로 가지게 될 때 임대료 수입이 몇 배로 뛰게 된다. 갖고 있는 카드 중에 중요한 카드는 거래가 가능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옆 사람과 협상을 할 수도 있다.



아이에게는 게임의 규칙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부루마블 규칙처럼 장소에 도착할 때마다 돈을 주고 집을 짓게 했다. 집 한 채 가격을 투자해서 지었는데 두 채가 되는 순간 임대료가 세 배로 뛴다. 돈 계산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지만 현금의 흐름을 보고 있으니 누가 돈이 많아지고 적어지는지는 직관으로 알 수 있다. 아이는 서서히 이 게임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게 될 것이다. 일단은 주사위 2개로 자연스레 12까지 더해낼 수 있게 되었고, 소유, 거래에 대한 개념을 좀 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게임에는 운의 영역이 존재한다. 어린아이가 머리를 특별히 쓰지도 않고 투자하는 땅에 다른 사람이 자꾸만 멈춰 서게 되어 돈을 벌게 되고, 카드를 뽑기만 하면 특별 자금을 받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현실도 마찬가지이다. 운은 분명 있다. 운은 나이의 적고 많음이 문제가 아니기에 모노폴리 같은 게임으로 경제에 대한 인식을 빨리 아이에게 심어주려고 한다.



버는 것만이 아니라 지키는 것도 가르칠 수 있다. 돈을 소비하는 데에는 티핑 포인트가 있다. 땅을 사느라 돈이 나가도 임대료로 들어와 어느 정도 채워주다가 어느 순간 소비가 마지노선을 넘으면서는 신기하게도 들어올 일은 없고 나갈 일만 줄줄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저당을 잡히고, 결국은 파산을 하게 된다. 여러 번 하다 보면 현재의 현금흐름을 위해서 언제 투자를 해야 하고, 하지 말고 모아둬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모노폴리처럼 잘 활용하면 보드게임은 충분히 좋은 교육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가 보드게임을 하며 가족과 함께 만든 긍정적인 기억들과 즐거운 방식으로 쌓은 역량들이, 살면서 문제에 봉착했을 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내게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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