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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Nov 13. 2021

나눔



결국 내가 아이에게 남겨줄 유산이라곤 삶에 대한 가치관이다. 외동인 아이에게 가장 신경을 써서 느끼게 해주고픈 건 나눔의 가치이다. 자기에게 모자란 것까지 덜어서 베풀라고 말은 못 해도, 넘치는 것은 욕심내지 말고 내어주라고 말한다.



올해 땅콩 수확량이 작년에 비해 미진했다. 볶아서 가족들이 먹기에는 맛만 볼 수 있을만한 양이라서 잠시 고민을 했다. 그때 타닥타닥-데크에서 나는 작은 소리. 까치들이 먹을거리를 찾고 있나 보다. 발걸음이 부산한데 입에 문 건 없다. 겨울이 다가오니 새들은 먹거리를 더 부지런히 구해야 한다. 작은 되도 채우지 못해 우리에게는 턱없이 적지만 새들은 하루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다.



“하윤아, 까치가 먹을 게 없나 봐. 근데 우리한테 이 땅콩들이 조금 있네.”


“오! 그럼 우리 이 땅콩 까치한테 주자, 엄마!”


“네가 힘들여서 손으로 껍질 깐 건데 아깝진 않아?”


“응 괜찮아. 까치 배고프잖아.”



먼저 제안하지 않아도 넛지 정도로도 아이는 이렇게 심성 고운 생각을 낸다. 땅콩을 담은 그릇을 들고 함께 마당으로 나갔다. 아이는 까치들에게 잘 보이도록 땅콩을 잔디가 아닌 디딤돌에 널어주자고 한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한참을 집안에서 새가 오길 기다렸다. 통 창문에 얼굴을 문대며 밖을 쳐다보는 아이의 뒷모습이 너무 귀엽다. 그러나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아는 듯 나타나지 않는 까치. 포기하고 잠시 놀이를 하고 나서 내다보니 어라, 땅콩이 그새 사라졌다. 아이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해 금세라도 떨어질 듯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까치가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을 거야. 우리 cctv로 확인할까?”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cctv로 새가 잘 먹고 간 걸 보여줬다. 아이는 다시, 또다시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까치가 땅콩을 물어가는 모습을 보는 아이 입이 실룩거린다.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내고, 받는 상대를 보며 보다 큰 행복을 느끼는 것. 참 신비한 경험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이런 경험을 많이 쌓아주고 싶다. 나눔의 크기보다 나누려는 마음이 더 중요함을 알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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