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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Sep 30. 2021

문득,



35日






요즘의 인간관계는 랜선 친구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재미있는 것은 랜선 친구들을 오프라인에서 마주쳤을 , sns 피드를 통해 그려온 그들의 이미지가 그렇게나  들어맞는 거다. 그때의 쾌감이란.



사회적 인간이라면 상황과 지위에 따라 역할을 지정하고 자아상을 창조해낸다. 속한 환경에 따라 까다롭기도, 유연하기도  사람이 된다. 관계의 접점 개수만큼 새로운 내가 생겨난다. 가끔은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도 헷갈린다. 수년 동안 소셜미디어에 올려온 사진과 글들을 훑어보았다. 분명 이고 싶은 모습을 작위적으로 만들어내는 듯했는데, 의외로 가장 나다운  같았다. 소셜미디어  사진과  하나하나가 나의 작품이라면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 화백의 말에 설득력이 있다.



한 두장은 거짓말해서 만들 수 있어도,
쭉 계속하다 보면 그 사람의 품위가 나타나는 거예요.



품위까지는 아니더라도, 관통하는 뭔가가 있는 거다. 이외수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을 표출하는 방식에는 변비형과 설사형이 있다. 전자가 아주 정제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후자는 의식의 흐름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쪽이다. 소셜미디어에는   가지 유형이 혼재되어 있고 소통을 하기에 어느 한쪽이  유리하지만도 않다. 중요한 건 어떤 방식이든 피드들이 시간의 누적에 의해 아카이브화 된다는 점이다.  안에서 유효성 테스트를 하듯, 자신의 참과 거짓을 스스로 검증하면서 자아를 형성해낸다. 나에 대한 단서는 의도하지 않은 사진과  속에 모두 들어있다.  것인데,  것이 아닌  포장되어 공개되어 다. 그것을 엮어서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은 내가 표출하는 것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아니다.



문득 궁금하다. 자신의 산출물과 닮은 사람,  사람과 공명하고 싶은  다른 사람. 나와 대화   해본  없는 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랜선을 넘어 현실에서 만났을  그들이 그리던 이미지 그대로였을까. 나다운 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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