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이 Nov 03. 2021

낯익은 분들께 보내는 편지



안녕하세요, 이제이입니다.


한동안 브런치의 알람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때가 있었습니다. 차분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만사에 초연한 타입이 절대 아닙니다. 알람을 꺼둔 후부터는 올리고 며칠이 지난 글에 하트를 눌러주신 분들을 매일 아침에 확인해봅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보다 보니 낯익은 이름의 작가분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낯’은 본 적이 없지만, 새끼손톱만도 안 한 프로필 사진과 이름의 ‘낯’에 내적 친밀감이 쌓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름 아래 적힌 프로필로 어떤 분이신지 감히 짐작도 해봅니다. 이미 구독자 수가 수백에서 천명이 넘는 분도 계십니다. 혹시 나인가? 하신다면 네, 맞을 겁니다.



저는 작년에 이제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성이 이 씨고 이름이 제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제 이름의 약자인 EJ를 한글로 써놓은 거예요. 집에 대한 글을 적고 싶었습니다. 코로나가 저를 집안에 들여앉히면서 쓰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사실 한 번에 작가 등록이 되었기에, 다른 방법에 비해 글이 나를 표현하기에 딱 맞는 수단이었나 보다, 하고 우쭐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간 쓰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글이 맛깔난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글로 적절하게 뱉어내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심지어 작가라고 불리는 브런치에서는 스스로에게 부담을 씌웠습니다. 인스타그램처럼 쉽게 쉽게 가 안되더라고요. 겨우 용기 내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다 보니 기운이 빠졌습니다. 이후로 심폐소생술 정도로 한 번씩 글을 올리며 브런치에서 연명하고 있었고요.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우연한 기회에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책과 강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100일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로 73일 차입니다. 이전 글 ‘글쓰기 30일 갈무리’ 때와는 저는 또 달라져 있습니다. 이제야 조금 순수하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물론 글이 잘 써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 손톱은 남아나질 않고, 살도 좀 더 쪘습니다. 그래도 글을 소비만 하던 내가 생산도 하는 인간이 되었음에 뿌듯합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제 바이오리듬 같은 걸 그릴 수 있더라고요. 최소한 제가 한결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들쭉날쭉한 글에 매일, 또는 자주 찾아와 주시는 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발행 버튼이 눌리는 순간부터 글은 읽는 사람의 영역이 된다는 것을 지금껏 독자로만 살아서 잘 알고 있습니다. 브런치의 좋아요가 인스타그램의 좋아요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는 것도 느낍니다. 그래서 자주 와서 읽어주시는 분들의 영역이 나와 교집합이 많은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오늘 새벽에는 제게 낯익은 이름들을 하나 하나 손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스무  남짓되세요. 그리고 이렇게 짧게 인사를 남깁니다. 편지란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효과적인 수단인  같습니다.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빙빙 돌려 말했지만 방앗간처럼 들러 읽어주시는 분들께 보내는 감사편지입니다. 내일도 글로 뵐게요.




작가의 이전글 파놉티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