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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Nov 06. 2021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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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중순을 기점으로 나는 나만의 새해를 맞이한다. 상품기획자로 사회에  발을 디디며 늦어도 11월에는 차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마무리해야 했던 것이 습관이 되어 내게도 적용시키고 있다.  맘 때가 되면 내년 캘린더도 배송이 끝나고 다이어리를 새로 주문해야 한다. 생일이 있는 달이기도 하니 의미로 따져도 충분히 새롭게 1년을 시작할 만한 시기이다. 12월은 하는  없이 분주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기분이라 모든 것을 11월에 마쳐야 마음이 편하다.


내년도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해야 하는 것이 결산이다. 나를 돌아보고 평가하는 작업 없이 앞으로를 설계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기간을 정해두고 카테고리별로 정리를 한다.


이번 주는 재정을 결산하는 기간이었다. 매월 말일에 엑셀에 수입-지출 상태를 체크하고 로드맵을 그리고 있지만 11월은 특별하다. 카드사별로 전화를 해서 지난 1년 치의 카드승인 내역서를 이메일로 모두 받는다. 현금 영수 내역은 홈텍스에서 확인한다. 모두 종이로 프린트를 해서 지출내역을 눈으로, 손으로 확인한다. 자주 눈에 뜨이지만 불필요했던 지출을 솎아내는 작업이다.


부부가 함께 국내외 주식을 한 지도 수년이라 돈에 대해서는 경제, 산업, 정치 등과 연계해서 거의 매일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투자 등의 의사결정을 요하는 부분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제안하고, 토론하지만, 매일의 소소한 지출, 그에 관해 기록하고 분기에 한 번 정도씩 정리해서 보여주는 일은 내가 맡고 있다. 11월은 작년과 대비해서 남편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살짝 떨린다.


대차대조표 방식으로 적어둔 재무상태를 현시점으로 정리하고, 소득은 근로, 투자, 기타로 분류하고 지출은 일반, 기부, 이자, 세금으로 분류해서 따로 적어둔다. 이렇게 분류해서 적어두면 전체에 대한 비중도 보기 쉽고, 작년과 비교하기도 쉽다. 또 해외 양도세와 같은 내년에 낼 세금도 미리 계산할 수 있다.


결산을 마치면 내년 재정 계획을 세운다. 고정지출과 예상 생활비를 적는다. 중요한 부분은 매월의 특별지출을  잡아두는 것이다. 명절, 경조사 등이 해당된다. 투자 배분은 경제상황 등 거시적인 부분에 대해 남편과 함께 이야기를 해서 가장 마지막에 정한다.


마지막으로 60세가 되는 해까지 재정 로드맵을 그려본다. 연도 위에 아이의 학교 입학과 같은 개인 이벤트, 대선 같은 거시적 이벤트를 적어두고 재정운영에 참고한다.  간의 소득으로 평균을 내어 그리는 로드맵은 그릴 때마다 달라지는 가변성이 있지만 그렇기에  동기부여가 된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가정을 꾸리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재정 결산. 마치면서 후회도 남지만, 힘도 얻는다. 내일은 남편과 차 한 잔 나누며 한 해동안 수고했다고, 내년에도 잘해보자고 말을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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