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너와 함께 하는 순간에 대한 감상

by 청두유

좋아하는 음식이 너무도 많아 늘 “이거 내가 제일 사랑하는 음식이야.”, “이건 내 소울 푸드야.”를 남발했더니, 그 많은 음식들 중에 도대체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무엇이냐고 친구들이 물었다. 진로 고민할 때만큼 심사숙고한 끝에 하나를 선택했다. 바로 떡볶이다.


나에게는 그런 날들이 있다. 오늘은 꼭 떡볶이를 먹어줘야 하는 그런 날 말이다. 배달 떡볶이도, 즉석 떡볶이도, 집에서 먹는 엄마표 떡볶이도, 포장마차에서 먹는 길거리 떡볶이도 다 좋다. 하지만 그런 날만큼은 뭐니 뭐니 해도 프랜차이즈 동대문 엽기 떡볶이를 선택하고 싶다.


엽떡을 좋아하지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나의 선택은 언제나 착한 맛에 소시지 빼고 치즈 추가이다. 배달원으로부터 내 얼굴보다 훨씬 큰 포장 용기를 받아 들면 그 뜨거움이 손으로 바로 전달되어 온다. 포장을 뜯고 조심스레 뚜껑을 여는 순간 뚜껑에 서려 있던 붉은 물방울들이 또르르 떨어지며 떡볶이가 자태를 드러낸다. 가끔 뜨거운 기운과 함께 올라오는 매운 향기가 코를 훅 치는 바람에 재채기를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용기 안으로 보이는 색깔은 빨간색보다는 노르스름하다. 모짜렐라 치즈 추가를 했으니 빨간 소스를 치즈가 다 뒤덮어야만 만족스럽다. 치즈와 함께 떡을 하나 집어 들고 입으로 직행한다. 떡볶이 양념을 가득 머금은 떡이 치아 사이에서 탱글 거리다가 모양대로 깔끔하게 잘리는 것은 밀가루 떡볶이의 고유한 매력이다. 분명 집어 들 때는 끊어지지 않을 듯 한 없이 늘어나는 치즈가 입 속에서는 혀와 만나 잘도 씹힌다. 그 고소한 맛 덕분에 떡볶이의 매운맛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음 젓가락을 힘차게 내밀 수 있다.


엽기떡볶이를 먹을 때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는다. 굵은 고춧가루를 사정없이 때려 박아서 만드는 떡볶이라 국물을 작정하고 그냥 삼키면 고춧가루들이 까슬까슬하게 목구멍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떡볶이 국물을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국물은 말랑말랑한 떡과 보들보들한 어묵을 빛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배경화면이다. 특히 떡볶이 속 어묵은 오래 끓여 본래의 단단하고 탄력 있던 자태를 잃고 국물에 담뿍 적셔져 있는데, 어묵을 먹을 때 같이 입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국물은 그 속의 고춧가루가 아무리 거칠어도 용서가 된다.


“오늘은 떡볶이 뿌시는 날이니까 다 먹어 치워 버릴 거야!”라고 다짐하면서 호기롭게 먹지만, 정신없이 반쯤 먹다 보면 이내 배불러서 젓가락을 내려놓고 만다. 남은 떡볶이를 냉장고에 넣고 앞으로 뛰쳐나갈 듯 부른 배를 쓰다듬고 있노라면 내일 또 먹을 떡볶이 생각에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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