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프 칼럼 “영국 새국왕 찰스3세의 플레이리스트”
21세기 유럽 최초의 대관식이 오늘 열립니다.
연재 중인 톱클래스 토프 칼럼에 찰스3세의 플레이리스트를 써봤습니다. 평소 음악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찰스3세가 고른 대관식 의례 음악들의 특징은 영국의 역사를 쓴 역사 속 음악가부터 현재 영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새로 쓴 작품까지 골고루 골랐다는 점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칼럼 링크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1727
21세기 맞춤형 대관식 탄생
영국 현지 시각으로 오는 2023년 5월 6일 오전 11시 런던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 주관으로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열립니다. 영국의 대관식은 영국 국교인 영국성공회의 대관식 의례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오래 재위한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뒤를 이어 백발이 무성한 여왕의 장남, 찰스 3세가 왕위를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관식은 지난 1953년 6월 2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이후 70년 만이며, 21세기 유럽 최초의 대관식입니다. 새 국왕의 배우자인 커밀라 비는 국왕 대관식 의례가 끝난 후 곧바로 왕비 대관식을 치릅니다. 반세기 넘게 무성한 스캔들을 몰고 다닌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결국 영국의 왕, 왕비가 됩니다. 참 커밀라 왕비는 대관식을 일주일 앞두고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지요.
영국 왕실 측은 이번 대관식 규모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보다 대폭 축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통적인 대관식 복식을 현대적으로 간소화하고, 군대 행렬과 초청 하객 규모를 줄이는 등 이를테면 불필요한 지출과 대관식 진행 시간을 대폭 줄였다고요. 실제로 영국 왕실 측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충 셈을 해보니 초청 하객은 약 1/4이 줄어든 규모인데요. 영국의 귀족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초대해야 할 분들의 모든 참가비용까지 고려하면 경비를 대폭 삭감한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또한 왕실 측은 현대적이고 합리적인 대관식의 여러 변화가 윌리엄 왕세자 의견이 크게 반영되었다는 점을 따로 발표했습니다. 윌리엄 왕세자는 찰스 3세 서거 이후 왕위 계승 서열 1위! 다음 왕 후보입니다. 영국 왕실의 바람처럼 영국 왕가는 지난 세월처럼 앞으로의 수 세기를 더 이어갈 수 있을까요.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수가 가장 많은 계정 중 하나인 영국 왕실이 라는 브랜드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까요. 챗GPT가 등장한 요즘 세상에서 대관식, 왕, 군주, 서약, 왕위 계승 서열 순위 등의 단어와 사건이 낯설기만 합니다.
다양한 믿음 존중하는 새 국왕의 메시지
세기의 대관식에서 일어난 여러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관식 하이라이트인 왕의 서약 문구입니다. “복음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믿음과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살도록 돕는다”는 문구를 왕의 서약 첫 구절에 넣었습니다. 수 세기를 이어온 대관식의 서약 구절을 수정한 것은 엄격한 영국성공회 교회법에서 상당히 예외적인 일입니다. 영국 왕실이 혁신적으로 추가한 이 메시지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국 국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영국과 영국 연방의 모든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바티칸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해온 종교의 참다운 마음이기도 합니다.
대관식 참석을 위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첫 번째 초청객 행렬은 유대교, 수니파, 시아파 무슬림, 시크교, 불교도, 힌두교 등 여러 종교 지도자들입니다. 그들이 영국의 새 왕을 축하하는 장소로 걸어가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됩니다. 또 대관식 미사의 마지막 순서는 이제 막 대관식을 막 마친 찰스 3세가 유대교, 힌두교, 무슬림, 불교 등 각 종교의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다양한 종교의 지도자들이 서로의 신앙과 믿음을 존중하고 공익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는 말로 영국의 새 국왕과 인사를 나눕니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시작과 끝에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자리합니다. 새 국왕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정도면 충분히 전해지겠지요.
이번 대관식의 작전명은 골든 오브입니다. 골든 오브는 거미 과의 한 종류로, 몸에서 뽑아내는 얇디얇은 거미줄이 뭉칠수록 그 힘이 강해지는데 이 강도는 제트기를 멈출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합니다. 백발의 새 국왕이 골든 오브처럼 강한 군주의 자리를 지켜나가길 바라는 영국 왕실의 바람이 깃든 작전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찰스 3세의 대관식은 여러 정황 상 꽤 오래 전부터 준비를 마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의 엘리자베스 2세가 갑자기 서거할 경우를 꼼꼼히 대비해 세기의 장례식을 신속하게 치룬 것처럼요. 영국 왕실 측에 따르면 작전명 골든 오브, 찰스 3세의 대관식 관련 회의는 매년 1회씩 비공개로 이뤄졌습니다. 그 성과로 이번 대관식은 처음 발표되었던 6월보다 약 한 달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찰스 3세가 직접 고른 대관식의 음악들
영국의 새 국왕은 하프 애호가입니다. 왕의 전속 하피스트를 임명해 자주 하프 연주를 청할 정도입니다. 찰스 3세는 하프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이러한 음악적 취향을 바탕으로 찰스 3세는 자신의 대관식에 연주될 음악들을 몇 해 전부터 직접 구상했습니다. 대관식 미사 의례 음악부터 대관식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는 콘서트에서 연주될 음악들까지요. 이를 위해 찰스 3세는 70주년 생일 파티에서 공식적으로 여러 음악가를 초청해 자신의 대관식 음악 작곡을 직접 의뢰했고요. 또 비공식적으로 인연이 있는 음악가들에게도 대관식에 대한 음악을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총 12곡의 새로운 대관식 미사 작품이 영국의 저명한 음악가들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찰스 3세는 어떤 음악과 어떤 음악가들이 자신의 대관식을 빛내길 바랐을까요. 영국 음악 역사의 위인으로 평가받는 윌리엄 버드의 미사곡부터 영국으로 귀화했던 독일인 게오르크 헨델이 영국에 귀화해 조지 헨델로 살며 만든 노래, 오스트리아의 자부심인 요한 슈트라우스의 흥겨운 춤곡, 그리고 찰스 3세를 위해 새롭게 탄생한 12곡의 대관식 의례 음악까지 굉장히 다양합니다. 또한 찰스 3세는 아버지 필립 마운트 배튼 경을 추억하는 의미로, 그리스 정교회의 찬송가도 대관식 의례 음악에 넣었습니다.
영국의 스타 음악가들 한 자리에
찰스 3세가 관여한 대관식 음악들을 연주하는 연주자들도 물론 쟁쟁합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지금 영국 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우며 살아가는 음악가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영국 왕실과 뜻을 같이 하지 않거나 기타 등등 이유로 대관식 음악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의 음악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관식 다음 날 크게 열리는 대관식 콘서트 출연자들의 섭외 작업이 상당히 어려웠다는 소식이 영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무대를 사양했던 음악가들은 아마 전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된 찰스 3세의 대관식에 음악가로 참여하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렇게 찰스 3세의 대관식 음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오케스트라, 합창단, 솔리스트, 작곡가, 음악 감독 등은 과연 영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스타 음악가들입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대관식 의례 음악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합창단의 음악 감독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앤드류 네싱하가 맡아 진행합니다. 또 로열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 감독인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포함, 대관식 오케스트라로 모인 수많은 음악가들을 직접 지휘하고요. 이밖에도 영국 뮤지컬의 신화를 쓴 앤드류 로이드 웨버 경 등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이 찰스 3세의 대관식을 위해 새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또 대관식 의례 음악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합창단, 왕실 합창단, 세인트 제임스 궁전 합창단, 벨파스트 감리교 대학 채플 합창단 등이 함께 부릅니다.
영국 왕실 측이 발표한 공식 자료와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공개한 대관식 의례 해설 가이드를 정리해, 찰스 3세 대관식의 일부 음악들을 소개합니다. 이 음악들이 대관식 의례에 어우러진 울림이 어떨지 무척 궁금합니다. 아쉬운 대로 영국 왕실의 공식 유투브 채널을 통해 대관식 음악을 감상해보고 싶습니다. 참 찰스 3세가 이번 대관식에서 쓰게 된 왕관은 ‘성 에드워드 왕관’입니다. 이 왕관은 오직 대관식 의례에서만 쓸 수 있고요, 지난 70년 동안 런던탑에서 새로운 왕을 기다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새 영국 국왕의 대관식을 장식한 후 예정대로 다시 런던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영국의 새 국왕이 탄생할 때 다시 한 번 세상에 그 자태를 드러내겠지요!
왕과 왕비의 대관식 미사 첫 입장
휴버트 페리 경의 <나는 기뻤다>
1626년부터 영국에서 열렸던 대관식 미사에서 왕이 첫 입장할 때 연주되는 합창곡 <나는 기뻤다>가 연주된다. 가사는 시편 122편의 구절이며, 영국 작곡가 헨리 퍼셀, 윌리엄 보이스 등 여러 음악가가 작곡했다. 찰스 3세는 1902년 휴버트 페리 경이 에드워드 7세 대관식을 위해 작곡한 버전을 선택했다. 이 버전의 특징은 ‘장군 만세’ 외침이 포함된다.
성찬
폴 밀로우의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대관식 미사의 첫 의례에서 웨일즈 출신의 작곡가 폴 밀로우가 웨일즈 어로 작곡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가 울려퍼진다. 영어가 아닌 웨일즈 어로 대관식 미사의 첫 의례를 연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는 교회 의례 역사에서 약 1600년 동안 미사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서약
윌리엄 버드의 <주여 우리를 인도하여 주옵소서>
윌리엄 버드는 교회음악, 세속적 합창곡, 비올을 위한 합주음악, 건반악기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긴 영국 음악사의 위인 중 한 명이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윌리엄 버드는 교회음악, 세속적 합창곡, 비올을 위한 합주음악, 건반악기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긴 영국 음악사의 위인 중 한 명이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윌리엄 버드(1540~1623)는 <주여 우리를 인도하여 주옵소서>가 대관식의 구체적인 첫 순서인 서약이 끝난 후 연주된다. 그는 영국에서 음악의 아버지라 불렸는데, 왕실의 궁정 예배당에서 일했다. 또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영국 성공회를 위한 의례 음악도 많이 남겼다. 또한 초기 영국 마드리갈 양식을 확립해 영어로 부르는 노래의 독특한 기법을 만들었다.
대영광송
윌리엄 버드의 <네 성부를 위한 미사>
대영광송은 교회의 고대 찬송 가운데 하나다. 축하와 찬양의 노래다. <네 성부를 위한 미사>는 윌리엄 버드가 작곡한 화성 미사곡이다. 이 작품은 엘리자베스 1세 시절에 영국 시민권을 받을 수 없었던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서 작곡되었다. 이후 지금은 영국의 성공회부터 합창단까지 많은 곳에서 연주되는 영국 교회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는 곡이기도 하다.
알렐루야
데비 와이즈먼 <알렐루야>
여성 지휘자이자 작곡가 등 다방면에서 음악 활동과 영화까지 영역을 넓혀 활동 중인 데비 와이즈먼. 그는 음악과 영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받은 영국이 자랑하는 예술가다. 그는 이번 대관식을 위해 찰스 3세로부터 직접 요청받아 미사곡 <알렐루야>를 새로 작곡했다.
성유 의식
조지 프레드릭 헨델 <사제 자독, HWV258>
게오르크 헨델 혹은 조지 헨델은 독일에서 영국으로 귀화한 음악가다. 영국 왕실 최초의 외국인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며 영국 왕실을 위한 여러 음악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게오르크 헨델 혹은 조지 헨델은 독일에서 영국으로 귀화한 음악가다. 영국 왕실 최초의 외국인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며 영국 왕실을 위한 여러 음악을 발표했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영국으로 귀화했던 음악가 조지 헨델이 1727년 조지 2세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한 작품이다. 헨델의 대표 작품으로도 유명하며, 수 세기동안 영국 왕들의 대관식에서 연주되었다. 대주교가 왕에게 기름 붓는 의식을 할 때 연주된다. 유럽의 챔피언스 리그에서 연주되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선율이다.
팡파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빈 필 팡파레>
찰스 3세 대관식의 모든 의례가 끝난 후 모든 사람이 ‘신이여 왕을 구하소서’를 외친다. 이때 부터 2분 동안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종이 울리고, 영국과 영연방 각 곳에서 축포가 터진다. 이후 박진감과 우아함이 넘치는 슈트라우스의 <빈 필 팡파레>가 연주된다. 팡파르는 영국 왕실 기병대의 트럼펫 연주자들과 왕립 공군의 팡파르 트럼펫 연주자들이 함께 연주한다.
여왕 대관식
앤드류 로이드 웨버 <기쁜 소리로 노래하라>, 윌리엄 보이스 <만유의 주 앞에>, 윌리엄 월튼 경 <대관식 테 데움>등이 각 의례에 연주된다.
왕의 외출 행렬
모든 대관식 의례가 끝난 후 왕과 왕비는 외출 행렬을 시작한다. 이때 영국이 자랑하는 에드워드 엘가 경의 <위풍당당 행진곡 4번>(편곡 이아인 패링턴), 휴버트 페리 경의 <새들의 행진곡>(편곡 존 루터)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오르간을 통해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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