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깨어있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제 가족은 캠핑을 좋아합니다. 이제 7년 차 캠퍼에요.
시행착오를 거쳐 그라운드 텐트대신 자동차 위에 텐트를 올렸고요. 감성 용품대신 꼭 필요하고 효과 좋은 것들로 캠핑 장비를 쓰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저는 두 번이나 수술방에 들어가야했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어요. 2월에 한 번, 5월에 한 번, 암이 아니니까 큰 걱정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어린 아이와 집안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말 속상한 일은 맞지요. 또 책 작업도 막바지에 이른 상황이었는데 일시정지… ㅜㅜ. 뭐 수술은 다 잘 되었습니다!
여튼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 별이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별을 볼 수 있지만 자연 속에서 보는
별만큼 신비롭진 않지요. 네 캠핑이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캠핑에 간다고 해서 늘 별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여서 날씨 예보도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캠핑장으로 출발했어요.
그런데…해발 760m에 위치한 황매산 미리내 캠핑장의 풍경을 보고 빵 웃고 말았습니다. 온 세상이 운무로 뒤덮히고 있었거든요. 별 보긴 틀린 날씨지만 이런 운무도 처음인지라 온 가족이 신기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텐트에 누우니 발치에도 운무가 보여서 마치 구름 속에서 잠을 자는 기분도 들었어요.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매년 오르는 황매산 정상에 오르려 아침부터 철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캠핑장 사장님께서 캠핑장의 라디오 방송을 하시더라고요. 여러 캠핑장을 다녀보았지만 라디오 방송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도 라디오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지라 그 목소리를 끝까지 들었는데요. 세상에 어떤 작은 새가 캠핑장에 알을 낳았다는 말씀에 귀가 확!!!! 커졌습니다. 아들에게 보여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요.
“사장님 거기가 어딘가요?”
쪼르르 달려가 여쭈었습니다. 처음에는 안 알려주고 싶다는 표정이셨지만 제 아들을 보고는 바로 알려주셨어요.
“저기 00 사이트 놀라지 않게 살살 열어봐”
말씀해주신 사이트의 배전함(캠핑장의 전기 콘센트 모은 곳, 비를 피하기 위한 상자를 만들어 그 안에 콘센트를 넣어둔다)을 설레는 마음으로 열었습니다.
뒤따라온 캠핑장 사장님의 말을 정리해봅니다.
“작은 새들의 알은 고양이나 다른 새들이 훔쳐가서 먹어. 이 알을 낳은 어미 새는 머리를 쓴 거지.”
사진 속 배전함 바닥에 보면 동그란 구멍이 보입니다.
어른 주먹 정도 들어갈 크기인데요. 고양이도 다른 새도 설마 이곳으로 뛰어들 수 없을거에요. 이 작은 알들은 아마도 무사히 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작은 새의 똑똑함에 감탄했고요. 저 또한 늘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자식을 위해 현명한 생각을 하나라도 더 할 줄 아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별빛을 보러 간 산에서 이름 모를 작은 새의 지혜를 배우고 온 것이지요.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위해 더 좋은 판단을 하고 더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쯤 마음편히 작은 알들을 품고 있을 어미 새를 떠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