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무던함

별 하나

by 은호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었다.

나는 언제부터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멈춘 걸까? 수없이 과거를 꺼내오는 것에 익숙해진 탓일까, 이루어질 리 없는 허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매일을 울었던 밤은 흐릿하게 멀어진 이름을 달고 있었다. 표면이 찰랑거려 톡, 하면 넘쳐흐를 것 같던 감정이 있었다.


코끝으로 느껴지던 계절의 변화

무심코 돌려 들었던 음악

언젠가 자주 입었던 옷

비슷한 동네의 풍경


터져 나오는 감정의 이름을 찾아내기도 전에 눈이 뜨거워지고 안간힘을 주며 참아내도 짜고 따가운 것이 뺨을 타고 흘렀다. 턱에 맺혀있는 물방울을 닦아내는 것이 싫었다. 손등이 축축해지는 감각까지 전부, 이 감정이 무엇인지 왜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반복된다. 같은 계절, 음악, 풍경 따위를 감각하는 순간 정체 모를 과거를 더듬거리며 울컥거리는 감정의 의미를 어떻게든 파헤치고 싶었다. 전부 헤집고 나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 당신과 함께 한 시간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오롯하게 전부 동화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나에게 ‘이미 세상에 없는 당신을 만나는 방법‘은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그리움을 다양한 방법과 감각으로 떠올리고 또 떠올려서, 덩치를 불린 몰입감이 과거와 일치해 가는 것을 느낄 때, 꼭 지금도 당신이 곁에 있는 것만 같았다. 정확하게는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그날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햇살을 가득 받는 것처럼 다정했기에

나는 늘 예전으로, 지나간 날들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럼 언제부터 이 생각을 멈춘 걸까?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생각을 멈추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생각해버리고 싶은 간절함과 서러움을 들먹이기엔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제는 더, 조금 더 어른이 되어버린 탓이다.


내가 돌아가고 싶었던 날은 이 별로부터 너무 멀어졌고,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언젠가는 무수한 시점을 가진채 다양하게 왜곡되어 자신이 언제였는지를 잊었다.

망각과 무던함을 기피했던 내가 어느새 그것들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사실이 때때로 시간의 길 위에 나를 우뚝 멈춰 서게 만들었다. 수없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많은 인파들을 두고 나만을 외딴 시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