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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Dec 03. 2023

문제는 정체성이 아니었다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세계가 있다. 한쪽 세계는 정체성 강박적 세계다. 다른 쪽 세계에서는 정체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장 높은 열망을 추구하며 가장 깊은 가치에 따라 살아간다.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또는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느낄지는 개의치 않는다.

'정체성 세계'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 얼마나 성공했는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세계에서는 누군가가 하는 모든 일이 그 사람을 되비춘다. 때로는 그게 너무 노골적이어서 쉬지 않고 '날 좀 봐' 쇼를 하는 사람 같다.

두 번째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정체성 위기를 겪지 않고도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자신의 열망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 자신이 한 실수를 인식하고 자유롭게 받아들인다. 다른 사람들을 볼 때는 결점을 포함해 모든 측면을 지닌, 있는 그대로의 개인으로 바라볼 줄 알며, 인간으로서 지니는 조건을 여러 차원에서 헤아릴 줄 안다.

이 세계에서는 우리가 성숙해 가는 또 다른 과정에서는 초점과 지향성, 근본적인 인생 구조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행위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아니라 우리가 창조하고 싶어 하는 결과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이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모든 참된 훈련은 부자연스럽기 마련이다. 우리의 초점을 우리 자신에게서 우리가 창조하고 싶은 결과로 옮기기 위한 특정한 인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관심을 끊고 인생 구축 과정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정체성 수업]- 로버트 프리츠, 웨인 스콧 엔더슨 지음, 박은영 옮김, 라이팅하우스


로버트 프리츠, 웨인 스콧 엔더슨의 [정체성 수업]을 읽으면서 오랜 시간 나를 지탱해 온 것이 정체성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무엇을 하더라고 '나는 이런 사람, 나는 나니까.' 이런 식의 말들을 많이 했다. 나 스스로 나만의 신화를 만들어서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개인의 이상적 신념이 내가 갖고 있는 본성의 것과 맞지 않을 때, 그것들이 충돌할 때 힘들고 슬럼프가 오기도 했던 것 같다.


[정체성 수업]에서는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보이지 않는 구조가 있다고 한다. 


'사물이 어떻게 전개될지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들 구조는 두 가지 유형의 패턴을 생성한다. '진동'과 전진'이다. 이러한 구조의 기본 역학은 '긴장은 해소를 추구한다'라는 것이다. 구조적 긴장은 인생을 창조하는 가장 강력한 접근법이다. 이따금 경쟁적인 긴장-해소 시스템이 작동할 때가 있다. 이것을 구조적 충돌이라고 하며, 구조적 충돌은 진동 패턴을 만든다. 우리가 지닌 이상은 달갑지 않은 신념과 상충하면서 진동 패턴으로 이어진다. 정체성에 관한 우려를 없애 버리면 근본 구조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성공이 영속되는 전진 패턴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체성 문제가 더 이상 구조 안에 있지 않으며 우리는 배우고, 발전하며, 성취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을 포함해 어떤 경우든 근본 구조가 행위를 결정한다. 당신이 무엇을 믿는지는 상관없다.'


다이어트를 하고서도 2년 이내에 다시 원상 복귀되거나 요요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 진동 패턴의 가장 흔한 예라고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며 행동할 것이 아니라 원하는 모습, 창조하고 싶은 그 모습을 생각하며 행동하라는 것이다. 나의 정체성과 그 행동은 전혀 상관없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든 부정적으로 생각하든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창조하고 싶은 그 모습'을 향해 나아가면 된다고 한다. 구조적 긴장만으로 사용하여 전진하는 것이다. 나의 정체성과는 연관이 없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인정하고 그것을 이제야 조금 내려놓았는데 나의 정체성은 일의 성취와는 상관없다는 구조로 들어가야 한다니 혼란스러운 내용이었다. 하지만 읽을수록 나 스스로 진동 패턴에 갇혀 생활했던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진동 패턴에서 전진 패턴으로 나아가야 함은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새삼 '그냥 하는 거지'라는 말을 한 김연아 선수의 말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전진 패턴에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성취해 내야 할 것에 집중하고 '그냥 하는 거지'라는 말로 '해야 할 일'에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나는 어제도 나의 정체성, 내가 생각한 신념들에 대한 생각을 했고 글을 썼다. 이 책의 마무리를 밤부터 읽으면서 나는 나에 대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해야 할 것을 그냥 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구조적 충돌이 생기면 슬럼프가 왔고 우울하기도 했고 생각이 많아져 힘들었다. 그런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도록 전진 패턴을 위한 구조로 나아가야겠다. '내가 원하는 것이니까 하는 거지' 이 말로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가는 것에 에너지를 모아야겠다.


이 책의 역자 박은영은 이 책을 찬찬히 음미하며 반복해 읽어보길 권한다. '선함, 정의로움, 이상적인 것들을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하면서 자신의 본성을 외면하느라 인생이 유난히 피곤했던 사람들에게 창조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 새로운 삶의 변곡점이 되는 책이 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이 문장을 읽으며 이 책을 더 반복하며 읽어야 할 이유를 알았다. 인생이 유난히 피곤했던 사람들 중 하나가 나였을 것 같다.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나를 키우기도 했지만 괴롭게도 만든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진동할 것인가, 전진할 것인가? 너무 많은 신념에 사로잡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던 패턴을 버리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연습, 실천을 해보려고 한다. '그냥 해' 이 말이면 충분할 것 같다. 


살고 싶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일은 학습과 시간이 걸리는 경험, 시행착오, 과오와 실수, 단련, 매사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습관에서 나온다. 이것들을 통해 인생에서 맞이할 다음 단계를 이해할 수 있는 최선의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설명한 것에 다가가는 최고의 접근 방법은 실천하는 것이다. 실험으로 시작해, 습관이 되게 하고, 마지막으로 생활의 방식으로 삼는다. 

이것에서부터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다. 

[정체성 수업]- 로버트 프리츠, 웨인 스콧 엔더슨 지음, 박은영 옮김, 라이팅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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