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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Jan 01. 2024

노동이 아닌 예술을 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이보시오, 어째서 손도 덜 가고 단순한 이 무문석이 더 비쌉니까?"
"모르는 소리 마세요. 화문석은 무늬를 넣으니 짜는 재미가 있지요. 무문석은 민짜라 짜는 사람이 지루해서 훨씬 힘듭니다."

화문석은 짜는 과정에서 무늬 넣을 기대감이 생기고 자기가 신이 나서 짜. 반대로 무문석은 오로지 완성을 위한 지루한 노동이야. 변화가 없으니 더 힘든 거지.

인생도 그렇다네. 세상에 생존하기 위해서 살면 고역이야. 의식주만을 위해서 노동하고 산다면 평생이 고된 인생이지만, 고생까지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네.

... 아이덴티티거든. 자기 무늬의 교본은 자기 머리에 있어. 그걸 모르고 일평생 남이 시키는 일만 하다가 처자식 먹여 살리고, 죽을 때 되면 응급실에서 유언 한마디 못하고 사라지는 삶... 그게 인생이라면 너무 서글프지 않나? 한순간을 살아도 자기 무늬를 살게.

...'정해진 대로 살면' 그게 정말 행복일까? 아니야, 가짜 행복이네. 길 잃은 양이 된다는 것은 자기 의지대로 '큰 감자와 작은 감자'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라네. 화문석을 짜는 일이야. 돈을 받는 노동이라도 자기 생각이 들어가 있고 자기만의 성취의 기준이 있어. 그때 비로소 '그림자 노동'에서 벗어나는 거야. 예술가가 되는 거야. 노동을 하는 순간에도 예술을 하고 있는 거야.

자, 무문석 짤래? 화문석 짤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열림원


'고생까지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네'
'돈을 받고 하는 노동이라도 자기 생각이 들어가 있고 자기만의 성취의 기준이 있어. 예술가가 되는 거야.'

그저 주어진 대로 살지 않는 삶,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삶, 내가 생각해서 나만의 성취 기준이  있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가려고 하고 어느 정도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의 자유의지에 의한 삶을 살고자 읽고 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침마다 저널링을 하며 내 안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나를 다독거린다. 글을 쓰며 내 마음을 닦고 내 삶을 다듬는다. 내 마음이 거리낌이 없는 평온한 상태가 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서 마음속에서 충만함이 차오르기도 한다.

올해 마지막 모닝저널을 쓰며 일 년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일 년을  생각해 보았다. '새벽시간 15분,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내 마음을 달래고 다독거리며 정리하는 데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교사로서의 내가 상처받고 힘들었을 때도 '다시 한번'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우는 교사로서의 삶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알아차리고 노동이 아닌 예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알았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순간이 힘들어도 예술하는 순간이길 바란다. 힘든 상황들 속에서도 애쓰는 나의 노력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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