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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Dec 24. 2023

교사의 장점이자 단점은 해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지난주 6학년 부장님과 함께 이야기를 하다 내가 교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일 년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서라는 말을 했다. 부장님도 나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나의 이 말에 맞장구를 쳤다. 교사라서 좋은 점은 매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점일 수도 있다. 학생들과 정이 들어서 정말 괜찮다 싶을 때 헤어지기 때문이다.


12월은 한 해를 마감하는 달이라서 바쁘기도 하지만 신학기를 위한 업무 분장을 하는 달이라서 어수선하기도 하다. 학교를 떠나는 선생님과 학교에 남는 선생님, 그리고 학년을 그대로 하는 선생님과  다른 학년을 선택하는 선생님, 모두 선택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달이다. 예전에는 해마다 바뀌는 것이 단점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덕분에 내가 이 일을 오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질서가 잡힌 상태를 좋아한다. 지금은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좋은 학생들과 좋은 학부모를 만나면 그 해는 끝나는 것이 그렇게 아쉽다. 종업식을 해도 그 학생들이 계속 생각난다. 물론 그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 모습들이 꼭 인생 같다. 좋았다 나빴다. 그럼에도 끝이 있어서 결국 헤어지고 만다. 그리움으로 남기도하고 후련함으로 남기도 한다. 한 해 한 해 집중하며 살 수 있었던 이유다. 매년 새롭게 시작하며 새롭게 쌓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단점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장점이었다. 지금, 여기에 충실하게 살 수 있는 이유다.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을 올해 만났기에 내가 가르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그리고 참을 만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교사는 짝사랑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교사는 그냥 사랑을 주는 존재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학생들에게 사랑받을 것을 생각하니 짝사랑이라는 표현을 하게 되고 내 마음과 같지 않을 때 서운함이 밀려온다. 사랑받는 것은 아이들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교사인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학생들에게 사랑을 충분히 주는 것뿐이다. 나에게 사랑을 주건 안 주건 그건 학생의 마음이다. 그러니 교사는 학생을 짝사랑하는 존재가 아닌 학생에게 사랑을 주는 존재이다. 사랑을 좀 더 넓게 보자면 관대함이나 측은지심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내 마음을 충분히 내어주면 아쉬움도 없다. 나를 위해 그렇게 지내기로 했다. 감당 가능한 만큼의 사랑을 기꺼이 주기로 했다. 헤어짐을 생각하면 충분히 내어주는 쪽이 덜 후회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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