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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Dec 25. 2023

<그것이 알고 싶다> '2023 위기의 교실'을 보고

지금 학교는

지난 7월 18일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수많은 교사들의 마음에 불씨를 던졌다. 조용히 묵묵하게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들이 9월 2일에는 50만 명이나 거리 위에서 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동복지법 17조를 개정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교사에게는 가르칠 권리를, 학생에게는 배울 권리를 달라고 부르짖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이초 교사의 죽음은 '학부모 혐의 없음'으로 11월 14일 수사 종결 되었다. 


12월 23일, <그것이 알고 싶다> 2023 위기의 교실에서 서이초 교사의 죽음과 대전 관평초 교사의 죽음을 다루었다. 지난여름, 가을의 거리 위에서 수없이 외친 교사들의 목소리는 두 자녀의 엄마인 한 선생님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그 뒤로도 교사들의 죽음은 이어졌다. 동료이기 때문에 교사의 죽음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죽음을 선택한 교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학급 학생들을 지도했는지 그들의 지인들을 통해서, 그들의 기록들을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했던 학급 아이들을 위한 지도를 나도 했고 내 친구도 했고 나의 동료들도 했다. 그렇기에 교사들은 그들의 죽음이 나의 죽음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흘렀기에 이것이 잠잠해지길 바라는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일을 잊지 못한다. 교사가 되기 위해 꿈을 키우고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사랑하고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었던 교사들은 이 사건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언제든지 이 일이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마치 개 사육장에서 학대를 당하는 개를 바라보는 우리 안의 개들처럼 교사들은 언제든 이 상황은 나에게도 온다는 것을 안다. 


소수의 몇몇만이 진상학부모가 되리라 생각하지만 내 아이가 손해를 보는 것을 못 참는 학부모는 많아졌다. '내 아이 마음은 읽어주셨나요?', '아이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하는 학부모의 멘트는 많은 교사들이 들어본 이야기이다. 그만큼 정말 많은 학부모들이 그렇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학부모의 민원은 친절한 교사, 학생들의 마음을 많이 읽어주고 학부모와 많은 소통을 하는 교사들에게 오히려 더 많이 들어온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을 위해 소통할수록 민원의 양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처받은 교사들은 소통을 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잘해주려고 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계속되면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지난여름 집회에서 김차명 교사가 발언한 내용이 생각난다. '선생님, 지난 여러 번의 집회에서 나왔던 구호 중에 가장 공감이 됐던 구호는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였습니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을까요. 친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폭행한 학생을 지도한 것이 왜 정서학대입니까. 선생님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1년 동안 교육청,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검찰에 가야 합니까. 무혐의를 받은 이후에도 3년 동안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우울증 약을 먹어가며 계속된 민원에 시달려야 합니까.' 그리고 우리들은 고소를 당하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AI교사가 되어 감정 없이 가르치고 지도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로봇처럼 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교육이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것이다. 인격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의미한다(표준국어대사전)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인데 학생들을 대함에 로봇처럼 정서적 교류가 없이 지도를 한다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9월 복직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학생과 교사는 마음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서이초와 관평초 그리고 수많은 교권침해와 아동학대 신고가 일어난 교사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교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교사는 학생들을 사랑하고 관대하게 지도해야 하는데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교사는 민원이 없어야 하니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만 하고 생활지도도 특별히 하지 말아야 한다. 생활지도를 열심히 한 교사가 민원의 대상이 된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더욱 확실해지는 것은 교사인 나를 위해 학생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그 사랑을 거부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다면 그에 맞는 교육을 하기로 했다. 내가 바라는 교사로서의 소명을 나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좀 더 쓰기로 하고 원하지 않는 학부모에게는 원하는 지도를 해 주기로 타협하려고 한다. 나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더욱 선한 가치를 전하고 싶다.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며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하며 그 상처를 치유하는 존재이다. 복직 후 학교를 다니며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아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시간에 학생들이 잘 참여하여 수업이 잘 이루어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전의 나쁨이 모두 상쇄될 만큼, 내 안에서 기쁨과 사랑이 넘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나의 수업을 존중해 주는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수업할 수 있었다. 


나처럼 교사로서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어줄 때 행복을 느낀다. 돌아가신 서이초 교사와 관평초 교사도 나와 같았을 것이다. 그들의 기록에서 나를 보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잊을 수가 없다. 이 글도 나와 비슷한 교사들을 위해 기록한다. 부디 너무 많은 상처로 자신을 아프게 버려두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년부터 올해까지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하나하나 풀어내어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졌다. 그 일들이 있었던 당시에는 많이 아파서 하나하나 풀어내어 잘못한 것들을 기록하며 내 마음을 달랬는데 지금은 그렇게 쌓인 기록들을 덮어두고 먼지가 쌓이게 두었다. 그냥 덮어두려고 한다. 그 시련들 덕분에 내가 아직 살아있다. 조금 일찍 겪은 덕분에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좋은 교사로 살기 위해 애쓰던 뜨거운 마음을 조금 미지근하게 만들어 주어서 감사하다. 적당한 온도로 적당한 속도로 적당하게 사랑하며 나누고자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상중이 물었다. 

"교사들은 지난여름 이후 납득하기 힘든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나는 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학교는 여전히 바뀐 게 없다. 학생들을 지도할 생활규정은 내려왔지만 그것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아동학대 고소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다. 우선 신고되면 무혐의를 받기까지 12개월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 교사의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갈갈이 찢겨진다. 회복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여전히 교사들은 민원을 받고 아동학대 고소의 위험을 감수하고 가르치고 있다."



교사로서의 삶을 조금 더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영상을 보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1. 교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 체력, 마음 챙김, 명상, 저널링, 멘탈 관리  등) 퇴근 후에는 학교일과 거리 두기를 하여 나 스스로를 온전히 잘 챙기기

2. 가르치되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교육에 관한 것은 가르치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3. 박상수 변호사의 말처럼 학기말 롤링페이퍼를 하며 '선생님 고맙습니다' 자료 모아놓기

4. 학급경영록 꾸준히 기록하기 (관평초 교사는 모든 것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다. 오직 기록만이 그 상황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나이스 행동발달 누가 기록하기 

5. 교권보호 관련 보험 가입, 교원단체 가입하기(선택이 아닌 필수)

6. 혼자 아프지 마시고 꼭 주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기, 나를 지지해 주는 가족, 친구들에게 말하기, 관리자에게도 보고하기(관리자가 갑질을 해도 보고하기, 보고 자체가 증거) 

7.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의 영역이다.

8. 교사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상식적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그러니 가르치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자. 오히려 평상시 수업과 생활지도를 상식선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 

9.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마지막 선생님의 말씀처럼 학생에게 받은 상처는 학생에게 위로를 받아 모든 것이 치유된다. 학교에서 처음 가졌던 마음의 즐거움을 조금씩 찾아보자. 그 누구도 아닌 교사 자신을 위해서. 우리의 처음을 기억하고 다시 그 마음을 잘 세워보자. 희생정신을 가지라는 말은 아니다. 

10. 그리고 언제든 교직을 떠날 수 있다는 마음 갖기. 행정업무, 보육업무, 교육업무, 민원대응, 각종 행사업무 등 수없이 많은 일을 교사들이 한다. 그러니 학교가 아니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아니라고 판단이 된 때에는 언제든 떠나겠다는 다짐으로 살아가기.




여전히 가르치는 일은 매력적입니다. 학생들의 바른 성장을 바라보는 모습은 너무나 기쁩니다. 그 작은 찰나의 순간들이 좋아서 여전히 교사로서의 제 삶이 좋습니다. 상처받기도 하지만 학생들 덕분에 치유하기도 하며 더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학부모님께서 상식적인 마음으로 교사들을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체육전담교사를 하며 학생들이 부상을 입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조리며 수업을 했는지 모릅니다. 지난가을 고등학교 체육교사의 죽음은 또 그렇게 저를 가슴조리게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야구도 티볼도 배구도 축구도 가르쳤습니다. 배웠기에, 열심히 활동했기에 다칠 수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학기 말 지금도 학생들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그런 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를 조금만 바라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교사를 위해서가 아닌 학생을 위해서요. 그런 교사들이 있어서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있거든요. 그런 교사들이 있어서 학부모님께서 일터에서 마음 편하게 일하고 계시니까요. 저도 저희 아이들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도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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