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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Dec 23. 2023

삶은 전력질주보다는 마라톤처럼!

치유와 성장을 위한 저널링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가는 것이다. 3 주 전부터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퇴근 후 소파에 누우면 땅으로 꺼질 것 같이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냥 피곤함과는 다른 느낌의 무거움이었다. 갑상선암 수술 후에는 이런 피곤함이 가끔 두렵다. 아파서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내 자녀를 위한 삶을 더 살지 못하는 게 두렵다.


최근 몇 년 사이의 내 삶과 지인들의 삶을 통해 배운 것은 삶은 유한하고, 우리들은 한 시간 이후의 일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우리에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지만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11월에 친한 동료에게서 소개받은 한의원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다음에 가봐야지 하며 알아두었다. 몸이 너무 아프고 힘이 들다 보니 저절로 예약을 하고 가게 되었다. 한의사의 말씀이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지만 뭐라도 잡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갔다. "선생님, 제가 너무 힘이 들어서요." 저절로 도와달라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3 주 전부터 한약을 먹고 주 3회의 침 치료를 받으며 내 몸의 안정에 집중하고 나니 조금씩 에너지가 올라온다. 여전히 치료는 받아야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땅으로 꺼질 것 같지는 않다.


내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 몸이 많이 아픈 듯하다. 2018년 그때 6학년 담임을 하면서 병원에 번이나 입원을 했는데 그때부터 몸이 안 좋았다. 그것도 그때는 알지 못했고 작년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나서야 2018년 갑상선암 초음파를 찍은 결과가 생각났다. 그때만 해도 결절은 있어도 모양은 괜찮았는데 5년 사이에 암이 되었다. 5년을 되돌아보면 내가 나를 볶으며 산 시간이 많았다. 아니, 나는 5년이 아니라 내 삶 전체를 살면서 언제나 조금씩 더 나은 삶을 위해 나를 채찍질하며 살았다.


무언가를 집중하며 열심히 달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을 잘 잡아서 열심히 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나의 상태이다. 특히 건강은 건강할 때는 모르지만 아프게 되면 다시 회복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 몸이 아프고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내가 하려고 하는 것들을 잠시 돌아봐야 한다. 무엇을 위해 그것들을 하려고 하는지. 건강을 놓치고도 꼭 필요한 것인지.


내가 하려고 하는 그것을 조금 더 늦게 이루기로 하고 건강을 챙기며 가기로 했다. 나에게 우선순위는 건강, 가족,  나의 꿈,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원씽>에서 삶이라는 게임에서 다섯 개의 공을 저글링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는 글이 나온다.


삶이라는 게임에서 다섯 개의 공을 저글링 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 공은 각각 일, 가족, 건강, 친구, 정직이다.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것들을 모두 떨어뜨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저글링 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일'이 고무로 된 공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걸 떨어뜨리면 도로 튀어 오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네 개의 공, 즉 가족, 건강, 친구, 정직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그걸 떨어뜨리면 돌이킬 수 없이 흠이 나고, 이가 나가거나, 심지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원씽> -게리 켈러, 제이파파산, 비즈니스북스


최근 내 상황은 <원씽>에 나오는 유리구슬이 위태로워진 순간이다. 건강이라는 유리구슬부터 보전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삐걱되니 아이들과의 관계도 힘들어졌다. 하나가 깨지면 다른 하나도 위태로워진다. 특히 엄마의 건강은 가족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무슨 일을 할 때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리는 일이 있다. 그럴 때 잠시 멈추고 왜 그런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나의 상황들을 모두 기록해 본다. 내 삶에 소중한 것들도 모두 기록해 본다. 내가 하려고 한 것들도 모두 기록해 본다. 그리고 지금 가장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마음속으로만 재지 말고 머릿속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종이 위에 펼쳐봐야 한다.


갑상선암 수술을 하고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 삶에 브레이크를 거는 순간을 조금 더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생각하라' 너무 많이 알고 있는 말이지만,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언제든 나는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지금, 여기의 삶이 오직 다라는 것을.


눈물을 삼키는 순간이 있다. 가끔씩 울컥 올라오는 순간들이 있다. 욕심내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잠시 브레이크 걸기로 한다. 나는 나로 끝나지 않고 내 아이들의 엄마이니, 엄마로서의 삶을 조금 더 완성시켜 놓고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벌고 조금 평온해지기로 한다. 잠시 쉬어가며 조금 늦게 도착하기로 한다. 편안히 숨 쉬며 아이들에게 내 여유를 주기로 한다. 할 수 있는 만큼에서 조금씩 더 하며 이루는 삶.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조금만 더 잘하자는 마음으로 내 마음이 너무 요동치지 않게, 조금 더 오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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