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 살아도 괜찮아

마흔 중반, 내 삶을 돌아보다

by 쓰는교사 정쌤

수영을 배울 때 "힘 빼세요." 이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물속으로 빠지지 않으려고 힘을 주면 줄수록 몸은 무거워지고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결국 온몸의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 자연스럽게 물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엇이든 처음엔 잘 모르니까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결혼을 하고 발령을 받아 교사생활을 하면서 익숙해지기도 전에 아이들을 낳아 길렀고, 아이들을 기르면서 엄마로서의 삶이 능숙해지지 않은 채 또 일을 했다. 그렇게 워킹맘의 생활을 시작했다. 일과 육아의 공동업무는 나에게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육아도, 일도 열심히 하려고 부단히 애쓰면 산 30대를 지나 40대 중반까지 왔다.


이제 엄마 노릇도 교사로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나 싶었는데, 갑상선 암이 걸리고 나니 지난 몇 년 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애쓰며 일한 내 모습밖에 없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퇴근하면 집으로 제2의 출근을 했다. 그러면서도 나도 찾고 싶어서 틈틈이 운동도 하고 친교활동도 하며 열심히 살았다. 일과 가정, 그리고 나와 아이들의 균형을 잡아가며 살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그 몇 해 사이에 내가 암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얼마 전 친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여전히 내가 무엇을 더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나를 증명하려고 여전히 애쓰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온몸에 힘을 주며 살고 있었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쉽게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만 한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있음을 알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기에 힘을 빼야 한다. 힘을 빼고 물의 흐름에 나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힘을 빼야 하는 것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타인의 인정욕구를 없애는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려고 부단히 애썼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삶 속에서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결과가 안 좋을 때는 더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었다. 하지만 내가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좀 더 일찍 받아들여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되는 일도 있다고 받아들였어야 했다. 지금에서야 그때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지만 지금 다시 그때를 살아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그때는 내가 노력하면 되는 것이라는 믿음이 너무 강했으니까.


내 노력과 의지가 모든 일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였기에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살았다. 내가 아팠던 것은 그 결과였을 것이리라. 이제는 힘을 제대로 빼는 것을 익혀야 한다. 힘이 들어감을 느끼면 멈추고 숨을 쉬고 다시 힘을 빼야 한다. 처음은 힘들겠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조금씩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되 너무 애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그저 내 정성을 다 들이고 그다음의 결과는 하늘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이제야 '진인사대천명'을 뜻을 더욱 절실히 느끼며 그렇게 살기로 다짐한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진정한 나는 흘러넘치게 된다. 존재 자체로서의 나, 그냥 나는 내가 포장하지 않아도, 노력하지 않아도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면 괜찮은 그 모습이 나에게서 흘러 넘 칠 것이다. 그러니 굳이 나를 더 증명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나답게 충실하게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나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며 살아가면 된다. 누구에게 나를 증명해내고 인정받으려고 하지 말자. 누군가는 함께 하길 원할 것이고 누군가는 떠날 것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다.


힘주고 살지 않아도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힘 빼고 자연스럽게 나답게 살자. 힘 빼고 자연스럽게 '한 번 더' 노력하되 나를 갈아 넣지 않고 너무 애쓰지 않는 삶, 나다운 삶.

오늘도 나를 응원하는 삶,

나를 칭찬하고 위로하는 삶,

나를 충분히 사랑하며 사는 삶,

정성을 다하되 집착하지 않는 삶,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가장 우선으로 두는 삶,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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