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는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목적의식 없이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한다.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이야말로 목적에 갇히지 않는 어린아이의 시간이 크나큰 자산이다.
"글을 못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 쓴 글이 잘 쓴 글입니다."
나 또한 글쓰기 책을 섭렵하듯 읽었지만 글은 아는 대로 써지지 않았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유용한 팁이 아니라 서두르지 않고 제 몸으로 써나갈 때 자기만의 언어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잘 쓸 수도 없다. 목적에 갇히지 않아야 이것저것 시도하는 놀이가 되고 재밌어야 계속 쓴다.
... '글쓰기의 유년기'를 편안하고 충분하게 누렸으면 좋겠다. 유년기도 없이 너무 일찍부터 수험생 모드로 진입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목표가 없으면 심심하니까 이런 정도는 권해드린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가족(없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같은 것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은유 지음,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