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도 마음이 헛헛할 때가 있었다.
글을 쓰면 마음이 달래져서 좋아서 쓰기 시작했는데
어떤 글은 쓰고 나서도 마음이 헛헛할 때가 있다.
잘 들여다보면 내 마음을 돌보지 않은 글이 그랬다.
내 마음이 원하는 글이 아닌
좀 더 누군가에게 읽힐 것만 생각한 글들이 그랬다.
내 마음보다 글의 쓸모를 더 많이 생각했을 때 그랬다.
살면서 전력질주를 많이 했던 내가
글쓰기에서도 전력질주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숨이 가빴다.
그렇게 글을 쓰고 나면 충만함이 아닌
결핍이 자꾸만 올라와서 조급해졌다.
다시 원점이 된 듯 하지만
조금 더 나은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라 생각한다.
나선형으로 한 단계씩 올라가는 모습으로.
나를 더 잘 알아채고
좀 더 높은 곳에서 나를 바라본다.
내가 과연 좋은 글을 쓰며 좋은 삶을 살고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내가 쓰는 글이 나를 진실로 행복하게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고 좋아해 주는 것이 유명한 누군가가 내 글을 인정해 주는 것보다 때론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쓴 글이 내게 되돌아와 실제로 내 삶을 보다 나은 곳으로 이끄는지를 기준으로 글을 쓰는 것이, 누구에게 인정받는 데 몰두하는 것보다 현명한 게 아닐까? 그렇지 못한 글쓰기란, 결국 왜곡된 욕망이나 잘못된 집착과 더 깊이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정지우 지음,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