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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Jan 06. 2024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계속 쓰고 싶은 이유


자주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일이 그리고 쓰는 사람을 길러내는 활동이 나와 세상에 어떤 의미인지.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지. 특히 참담한 뉴스를 접하는 날에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맥이 빠진다. 그럼에도 계속 쓰고 말하는 존재로 살게 하는 힘은 세상의 복잡성과 부조리가 드러나는 현장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선생님을 대상으로 했던 글쓰기 워크숍을 마친 후 나는 노트에 이런 메모를 해두었다.
'매일 술을 먹고 때리는 아빠 때문에 형이 집을 나간 아이, 엄마가 교도소에 있어서 얼굴이 어두운 아이, 혼자 살고 있어서 매일 아침 모닝콜을 해주어야 하는 아이, 남 앞에서 말이라곤 안 해봐서 묻는 말에 얼굴만 빨개지는 아이.' 어느 선생님이 자기가 챙겨야 할 "내 새끼들"이라며 쓴 내용인데, 내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이었다. 타인의 구체적 삶과 닿아 있는 문장. 너무 날것이라서 아픈 문장, 아픔이 길이 되는 문장, 그가 글을 쓰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리고 묘사할 단어들을 찾느라 고심했을 시간을 상상해 보았다. 

글쓰기는 이런 일을 한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나를 둘러싼 사람을 오래 들여다보도록 북돋운다.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사람을 만든다.

안 보이던 사람이 보이는 일은 일상의 작은 혁명이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은유 지음, 김영사


은유 작가의 글을 읽으면 내 안의 상처가 아물어지는 느낌이다. 찌르르 아픈데 괜찮아지는 것 같다. 나만 아픈 게 아니구나. 


한동안 나의 글쓰기가 어디를 향해 가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뭐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나의 글은 나를 달래고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학교와 관련된 글은 교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학교에서 교육이 바로 서지 않으면 그 피해는 학생들이 제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꾹꾹 누르다가 어느 날은 화가 난 채로 썼고, 어느 날은 눈물을 흘리며 썼고, 어느 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부여잡고 썼다. 


나는 여전히 교사인 내가 좋다. 초등교사인 내가 좋다. 복직하며 아이들을 다시 만나니 왜 이 일이 좋았는지 알게 되었다. 아낌없이 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교사도 아낌없이 주는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 그 찰나의 순간들의 기쁨을 잊지 못해서 주고 또 주기를 반복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상처받기도 하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아이들 덕분이다.


어제 쓴 글을 읽고 또 읽어봤다. 여전히 서이초 이야기를 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지겨울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기억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글을 정리해서 브런치에 올리고 블로그 글은 짧게 줄였다.


나는 왜 글을 쓰는 것일까?

나는 왜 계속 글을 쓰고 있는가?


나에게 글은 내 마음을 다독거려 주는 수단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답답한 내 마음을 잠재울 길이 없다. 어디 나서서 말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친한 사람들과는 신나게 떠들고 놀아도 어디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쓴 덕분에 수많은 말들을 누군가에게 하고 있다. 나의 글을 읽어주는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치유, 공감, 성장의 목적이다. 글을 쓰며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고 나처럼 아픈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고 이 아픔을 잘 이겨내어 더 나은 나로 성장하고자 한다. '더 나은 나'는 실력이 나아짐도 있겠지만 마음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의미의 나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어' 하는 받아들이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글이 나에게 매몰되어 여기에서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은유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생각했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싶다'라는 은유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인간다움을 내 안에 더 많이 채우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사랑받는 사람의 얼굴을 갖고 싶다'

'나는 사랑의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듣는 사람, 들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즉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은유 작가


나를 사랑하고, 내 주변을 돌보며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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