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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Jan 20. 2024

힘들었지만 복직하길 잘했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오늘 선생님들의 명퇴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의 작년과 다르게 올해 명예퇴직 대상자들의 연차가 줄어들었다. 이제 명예퇴직 대상 연령만 되면 명예퇴직이 가능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출발을 하시는 선생님들을 응원한다. 나도 언젠가는 그 길을 가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정년퇴직을 하든 명예퇴직을 하든 모든 것의 끝은 정해져 있기에 머나먼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병 휴직을 한 후 복직을 하면서 많이 긴장했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많았고 다시 아프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함께 많은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복직하는 시점이 9월이다 보니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많이 힘들었던 때였다. 


체육 전담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전히 학교는 힘든 것인가 하는 생각에 처음엔 많이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좋은 동료 교사의 모습을 보면서 내 안에 있던 교사가 되고 싶었던 처음의 마음들이 올라왔다.  힘든 학생들도 있었지만 열심히 하고 즐겁게 참여하는 학생들이 더 많았기에 그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럴 때 나 스스로 참 즐거워한다는 것을 더 깨닫게 되었다. 아직은 관둘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전의 나로 교직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아쉬움이 남은 채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휴직했을 때 집회를 다니며 막연하게 화가 많이 났었는데 복직하며 직접 학교의 문제 상황을 접하니 시간이 갈수록 차분해졌다. 바뀌어야 할 것들이 바뀌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구나라는 것을 더 알 수 있었다. 문제를 피하지 않고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 더 하고 싶어졌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덜 아프게 교사로서 생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한 것이 '한 해씩 잘 지내보자'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며 '올 한 해 잘 지내보자'하고 그 해를 잘 마무리하면 그것으로 기뻐하고 새로운 학기를 또 1년 연장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해씩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하기로 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등한 관계가 된다는 송길영 작가의 말이 큰 힘이 되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 영역이 아닌 일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하려고 한다. 


어쩌다 보니 나는 복직만 세 번째 한 교사이다. 복직을 할 때 이러한 두려움, 불안, 초조함이 싫어서 다시는 휴직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수술도 하고 병 휴직도 하고 다시 복직을 하게 되었다. 아프고 나면 다시 아플 것에 대한 불안함까지 하나 더 생긴다. 다행스럽게 한 학기를 무사히 보내고 나니 그래도 복직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복직하지 않았으면 두려움과 불안이 내 마음에서 무럭무럭 자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복직을 앞두신 선생님이라면, 마음을 편안하게 하시고 복직하시길 바란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고 아닌 일은 안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복직을 맞이하길 바란다. 복직 후의 내가 잘해 낼 것이기 때문이다. 복잡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잠시 몸을 실어도 된다. 그러니 지금 미리 걱정하지 마시기를. 


마크툽!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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