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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Jan 20. 2024

의원면직을 꿈꾸시나요?저는 우선 복직하고 생각하려 해요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2023. 06.29. 블로그에 쓴 글



복직할 때가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아침을 시작하며 나에게 묻는다.


복직하고 나서
내가 뭘 하지 못해서 후회할까?
뭐가 제일 아쉬울까?
오늘 뭘 안 하면 내가 아쉬울까?
많이 여행 다니지 못한 게 아쉬울까?
아이들에게 더 열심히 해주지 못한 게 아쉬울까?
늘어지게 자고 게으르게 행동하지 못한 게 아쉬울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게 아쉬울까?
재테크 공부하지 않은 게 아쉬울까?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게 아쉬울까?
....
수많은 질문들을 차례대로 해본다.


요즘은 아파트 정원을 산책하며 

바람 불어오는 대로 바람맞으며 

햇살 쬐는 게 마음이 참 편안하다.


뭘 더하지 않고,

딱, 

하늘, 바람, 햇살, 초록초록 나무들

그것들을 바라본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김대호 아나운서가 다마스 차 위에서

음식을 먹다가 산들바람에

고개를 들어 바람을 맞으며

코로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났다.

그냥,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요즘 내 마음은 김대호 아나운서가

바람을 맞던 그  표정을 하고 있다.

걷다가도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멈춘다.

흠뻑 들이마시고 하늘 한 번, 

초록나무 한 번 눈 맞추고 

숨을 크게 내쉰다. 


살 것 같다.


어디를 가지 않아도 

이 정도면 참 괜찮다. 

감사하다.

그런 마음이 생겼다.


4월까지만 해도 뭘 자꾸 채워서

나의 삶을 변화시키려고 했다. 

재테크를 제대로 해서 

더 빨리 학교를 떠나겠다고 다짐했었다.

너무 힘들고 착한 교사들만 고생하는

피해를 보는 이 상황들이 너무 속상했다. 

떠나려던 마음이 컸다.

그래서 재테크 책도 많이 보고

다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나를 알아갈수록

내 안을 들여다보며 글을 쓸수록,

꾸준히 쓰던 글을 

좀 더 깊이 배우며 쓸수록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교사를 하고 싶던 젊은 시절의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여전히 아이들과 지냈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

내가 좀 잘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핑크빛 희망을 간직한 채...


20대 꿈을 찾던 시절의 나를 

발견하고 나니 이렇게 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가보자.

가보고 결정하자.

어차피 힘들어도 병에 걸리는 것이고

이 일의 끝은 퇴직일테니

좀 더 가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40대 이상의 교사들에게

나처럼 미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미련이 남은 채 떠나는 건 

후회를 만드는 일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남은 미련을 잘 키워보고

그때도 안 되면 그때는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나답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혹시나 너무 힘들어서

의원면직과 명퇴를 고민하고 있는 교사가

바로 나의 이웃님이라면

이런 마음으로 결정을 유예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오로지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일을 하다 보면 얼마나 힘든 일이 많을지 알고 있는데 

또 이렇게 병 덕분에 쉬고 나니 까먹은 것인지...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


이 글이 고민하는 교사 이웃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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