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복직할 때가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아침을 시작하며 나에게 묻는다.
복직하고 나서
내가 뭘 하지 못해서 후회할까?
뭐가 제일 아쉬울까?
오늘 뭘 안 하면 내가 아쉬울까?
많이 여행 다니지 못한 게 아쉬울까?
아이들에게 더 열심히 해주지 못한 게 아쉬울까?
늘어지게 자고 게으르게 행동하지 못한 게 아쉬울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게 아쉬울까?
재테크 공부하지 않은 게 아쉬울까?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게 아쉬울까?
....
수많은 질문들을 차례대로 해본다.
요즘은 아파트 정원을 산책하며
바람 불어오는 대로 바람맞으며
햇살 쬐는 게 마음이 참 편안하다.
뭘 더하지 않고,
딱,
하늘, 바람, 햇살, 초록초록 나무들
그것들을 바라본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김대호 아나운서가 다마스 차 위에서
음식을 먹다가 산들바람에
고개를 들어 바람을 맞으며
코로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났다.
그냥,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요즘 내 마음은 김대호 아나운서가
바람을 맞던 그 표정을 하고 있다.
걷다가도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멈춘다.
흠뻑 들이마시고 하늘 한 번,
초록나무 한 번 눈 맞추고
숨을 크게 내쉰다.
살 것 같다.
어디를 가지 않아도
이 정도면 참 괜찮다.
감사하다.
그런 마음이 생겼다.
4월까지만 해도 뭘 자꾸 채워서
나의 삶을 변화시키려고 했다.
재테크를 제대로 해서
더 빨리 학교를 떠나겠다고 다짐했었다.
너무 힘들고 착한 교사들만 고생하는
피해를 보는 이 상황들이 너무 속상했다.
떠나려던 마음이 컸다.
그래서 재테크 책도 많이 보고
다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나를 알아갈수록
내 안을 들여다보며 글을 쓸수록,
꾸준히 쓰던 글을
좀 더 깊이 배우며 쓸수록
내 안에 웅크리고 있는
'교사를 하고 싶던 젊은 시절의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여전히 아이들과 지냈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
내가 좀 잘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핑크빛 희망을 간직한 채...
20대 꿈을 찾던 시절의 나를
발견하고 나니 이렇게 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가보자.
가보고 결정하자.
어차피 힘들어도 병에 걸리는 것이고
이 일의 끝은 퇴직일테니
좀 더 가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의원면직을 고민하는 40대 이상의 교사들에게
나처럼 미련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미련이 남은 채 떠나는 건
후회를 만드는 일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남은 미련을 잘 키워보고
그때도 안 되면 그때는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나답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혹시나 너무 힘들어서
의원면직과 명퇴를 고민하고 있는 교사가
바로 나의 이웃님이라면
이런 마음으로 결정을 유예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오로지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일을 하다 보면 얼마나 힘든 일이 많을지 알고 있는데
또 이렇게 병 덕분에 쉬고 나니 까먹은 것인지...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
이 글이 고민하는 교사 이웃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