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잘 쓴 글이든, 미완의 글이든, 숨겨둔 글이든, 파일로 저장하지 않고 날리는 글이든,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문체를 형성하는 노릇이며 '삶의 미학'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못 써도 쓰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를 붙들고 늘어진 시간은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기 한계와 욕망을 마주하는 계기이자 내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인과 인사하는 시간이라고, 이제는 나부터 안달과 자책을 내려놓고 빈 말이 아닌 채로 학인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세상에 어떤 글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우리 어서 쓰자고.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지음, 메멘토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을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 책을 읽으며 다시 상기하고 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공감을 받으니 더 자신 있어지는 것이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은 글을 더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꺼내기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 하나를 더 가진 것이다.
글을 쓰는 과정은 걸음마를 배우는 과정과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마다 걸음마를 배울 때 방법이 조금씩 다르고 시기가 다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수히 시도하고 넘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넘어짐이 결코 헛되지 않아서 걷게 된다. 글쓰기도 그런 듯하다.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쓰고 또 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내 글에 실망하기도 하고 부끄러워서 비공개로 돌리기도 한다. 그렇게 한 편씩 쌓인 글들이 모아지면 어느 순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저자가 되기도 하고 그저 쓰는 사람으로 남기도 하지만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건 같다.
쓰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정비하며 살아가기에 조금 더 단정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 면에서 그저 읽기만 하는 사람보다 읽고 쓰는 사람이 좀 더 삶을 정리하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