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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Mar 25. 2024

시련이 지나고 나면 내면이 단단하게 다져진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상처가 아물면 새살이 차오르듯 시련이 지나고 나면 내면이 단단하게 다져진다. 지난번 묵혔던 사과를 받고 나서 내 마음에 새살이 돋듯 단단함이 차오름을 느꼈다. 


지난주 어느 날 출근하는데 교감선생님이 나를 보더니 "선생님, 달라 보여요." 말씀하셨다. "새 학기라 머리 잘라서 그런가요?"라고 대답하고 웃으며 교실로 올라왔다. 교실로 와서 생각해 보니 예전의 내가 조금씩 돌아옴을 느꼈다. 그리고 내 안에서 참고 참아서 곪아 터져 나를 때때로 찌르던 말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옳지 않은 말과 행동을 뒤늦게라도 바로 잡고 나서야 내가 살아난 것 같다. 내 마음이 시키는 그 일을 하고 나니 내 안에서 나에 대한 신뢰가 더 단단하게 싹을 틔우고 속을 꽉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그래서 욕심이 많은 사람. 호불호가 강한 사람, 뭔가 의견을 내야 한다면 정확하게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아픈 동안 '내가 잘못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던 것들에 물음표를 붙이고 계속 생각했다. 어쩌면 그 생각하는 시간들 속의 나는 우유부단하거나 우울해 보이거나 그냥 평온한 사람처럼 보였는지 모른다. 


사실 나는 분명한 걸 좀 더 선호하는 사람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퉁치고 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조금씩 회복이 되면서 일상 속의 문제들을 많이 관찰하게 되었다. 나의 예민함이 문제를 빨리 찾아내고 직관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 사이에 좋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정말 고맙게도 그때그때에 맞는 조언들이 이어져서 내가 시련을  잘 지나올 수 있도록 이끌었다. 


시련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지나오고 나서야 내 상처들이 아물고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내면이 단단해진 나에게 비슷한 시련은 더 이상 나를 넘어뜨리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풍 후 쓰러진 건물의 잔해를 치우고 더 튼튼한 건물을 세우듯 나도 더 단단해진 내적 자아를 가지게 된 것이다. 힘든 일은 조금씩 언제 어디서나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 그렇기에 언제든 문제는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주 다른 학급 아이와 우리 반 아이의 일을 처리하면서 단단해진 내가 문제와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시련을 겪은 덕분에 내 마음이 먼저 더 크게, 더 깊이  문제에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 사이의 문제를 접근할 때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판단을 내리는 것은 더욱 신중하고 관련 학생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잘 해결되었다. 나에 대한 신뢰는 내 앞의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해 나갈 때 조금씩 더 생기는 것 같다. 그렇게 쌓인 나에 대한 신뢰가 내 마음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무게추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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