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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Apr 02. 2024

자신의 리듬을 놓치면 패한다[탁구에서 삶을 배우다]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탁구를 배운 지 6개월이 되어가니 이제 랠리가 제법 된다. 가끔씩 랠리 하며 가르쳐 주시던 회원님이 정말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하시면서 혹시 체육교사냐고 묻는다. 내가 교사라는 이야기는 다른 회원님 통해서 들으신 듯하신데 어떤 과목을 가르치는지 모르시니까 물으신 거다. 그 말씀을 듣고 아니라고 초등이라 그냥 다 가르친다고 웃으며 말씀드렸다. 


이제 로봇은 기술 조금 익힐 때 연습하기 용으로 하고 다른 사람들과 랠리를 많이 해보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 주셨다. 이 회원님은 눈높이 코칭을 정말 잘해 주시기에 조언에 따라 다음부터는 다른 회원님들과의 랠리를 좀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탁구를 치면서 제일 중요시한 것은 '나의 리듬을 상대로 인해 놓치지 않는 것'이었다. 상대의 공을 받아내면서도 나의 리듬을 놓치지 않아야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상대의 흐름에 따라가며 리듬을 놓치면 몇 번 못 가 공이 튕겨져 나가거나 네트에 걸린다. 내가 나의 리듬을 놓친 탓이다. 


아침에 일어나 모닝 저널을 쓰면서 내 삶에서 자신의 리듬을 놓치지 않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리듬을 지킨다는 것은 내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거나 휘둘리는 사람은 자신의 리듬을 유지할 수가 없다. 자신이 주인이 되어서 내 몸을 내가 제일 잘 움직일 수 있는 리듬에 맞게 움직이는 것, 어쩌면 우리는 삶을 통틀어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6개월 동안 탁구 레슨을 받으면서 이제야 리듬감을 내 몸으로 조금씩 느끼고 있다. 누가 정해줄 수 없는 리듬이다. 오로지 나만이 내 리듬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이 리듬을 끝까지 잘 유지할 때 상대의 공을 다 받아내고 이길 수 있다. 꾸준히 기본기를 닦고 수많은 연습을 하며 실패하는 공을 많이 쳐보고 나서야 나의 리듬을 조금 찾을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학생의 시간 동안 아이들이 해야 할 것은 꾸준히 기본기를 닦고 수많은 연습을 하며 실패를 많이 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곳이 학교이고 교사는 그것을 충분하게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격려하고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실패가 모든 것이 아니라고 알려주어야 한다. 학교는 좀 더 안전하게 실패하고 더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중고등학교는 점수로 모든 것을 모으고 있다. 학생들의 모든 것들을. 내가 모르는 중고등의 세계를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초등학교에서는 충분히 내가 바라는 학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기본기를 닦는 것은 교육과정 내의 학습과 기본 생활태도를 모두 포함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 사실 그것들은 유치원에서 다 배우기도 했다. 때리면 '미안해' 사과하고 좋은 것 받았으면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어른을 보면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여 공부하는 것이 다이다. 어쩌면 이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을 '대입' '점수' '의대' '오직 내 아이는'이라는 어른들의 목적의식 앞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탁구를 가는 길에 핀 벚꽃을 보았다. 활짝 핀 꽃과 곧 터질 듯 통통하게 꽃잎을 안고 있는 꽃망울을 보았다. 아이들도 언제든 활짝 필 꽃 들인데 우리 어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싶다. 조금 더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활짝 피어날 꽃 들인데 너무 어른의 잣대로 피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닌가. 아이들이 스스로 넘어지고 스스로 일어나게 조금 여유 있게 바라봐 주면 좋겠다. 그렇게 실패하며 연습하는 동안 자신의 리듬을 자기 안에서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아이는 터지지 않은 꽃망울, 어쩌면 꽃망울도 아직 맺지 못한 꽃나무일 것이니까. 그것을 인내하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어른은 스스로 어렵게 자신의 리듬을 찾아낸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만의 리듬 찾기는 인생을 두고 계속해야 하는 것이니 나부터 그런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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